독서일기(2025.06.23. 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요즘 부쩍 사회적 관계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간다. 얼마 전 추적 60분의 「은둔형 외톨이, 중년이 된 청년들」 편을 시청한 이부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는데, 그 당시 은둔형 외톨이였던 청년들이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여전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특히, 청년들에 비해 중년 은둔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이 미흡하다는 현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추적 60분 방영 직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살인마들의 플랜 B」 편에서는 이상행동을 보인 범죄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사회적 관계 단절을 들었다. 고립된 채 자기 세계에만 머물다 보면 세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커지고, 결국 공격성과 분노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독 :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예) 고독을 느끼다.(출처:네이버 국어사전)
고립 :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따로 떨어짐.
예) 고립 상태에 빠지다.(출처:네이버 국어사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른 점은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데 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는 있어도, 고립된 채 살아가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런데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뚜렷한 공통점은,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관계를 피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고립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사는 걸까?
우리는 살아가며 누구나, 자의든 타의든, 관계에 지치거나 상처받아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문제는 그 고독이 ‘선택된 고독’인지, 아니면 ‘강요된 고립’인지에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고독할 수 있고, 고립될 수도 있다.
김혜원 상담사가 만난 고립은둔자들, 혹은 그 상태에서 벗어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단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괴로웠고, 매 순간 불안했고, 언제나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고, 그런데도 꼼짝 못 하는 자신이 미치도록 밉고 한심했다'
이 시대의 고립은둔자들과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이 다시 관계 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는 용기와 기다림, 그리고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온기와 수용이, 우리의 태도에는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조용한 기다림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침묵 속에 숨겨진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작은 신호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진짜 ‘함께 사는 사회’ 아닐까.
웅크린 마음이 방안에 있다/김혜원/흐름출판/한국시/300p
25p 고립은둔청년_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미래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한다.
27p 삶에 의미를 두거나 목적으로 품고 살 것이 없다는 감정, 정신과나 상담 장면에서 가장 변화시키기 힘들고 해결 방법을 찾아주기 어렵다고 보는 상태 중 하나이다.
39p 술만 마시는 내가 창피해서 술을 마시고, 그런 나를 보기 힘들어 다시 마신다.
41p 특히 고립은둔 당사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반복적으로 반추하고 후회하며 자책하는 정도가 심하다.
73p 나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 안전하다 여겨지는 시도들을 하며 탐색할 수 있다.
128p 고립은둔자를 두고 '이들은 1 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인 테 세상이 2, 3 급수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38p 나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세 가지 시옷(ㅅ)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이다.
147p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미해결 감정들이 꿈틀꿈틀 영향을 미칠 때, 우리가 이를 누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심리적 에너지를 쓴다는 점이다.
155p 내 생각, 감정, 행동을 살피지 않는 것은 바로 나를 돌보지 않음과 연결된다.
156p 나를 알아가는 데는 성실한 과정이 필요하다.
158p 2000년대 초반 몇 개의 연구가 반짝 진행되었을 뿐, 고립이나 은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최근 2~3년 전까지 거의 전무했다.
160p 고립과 은둔은 어느 정도 구분되는 양상_고립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이지만 대인관계나 외출을 하기도 한다... 중략... 반면 은둔 상태에 있는 경우는 고립상태도다 외출이나 사람과 관계를 맺는 빈도와 정도가 훨씬 약하고 생활하는 활동 반경도 좁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뚜렷한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모두 사회적 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61p 이들은 사람을 싫어하기보다는 사람에게서 다시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164p 고립은둔 상태에 있거나 혹은 그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단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괴로웠고, 매 순간 불안했고, 언제나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고, 그런데도 꼼짝 못 하는 자신이 미치도록 밉고 한심했다고 말한다.
181p X축은 사회적 성취, 적응, 타인으로부터 인정에 대한 기준이고, Y축은 개인의 만족감, 성취감, 행복에 대한 기준이다... 중략... 내가 이제까지 현장에서 만나온 많은 청년들은 대부분 X축만을 삶의 기준으로 따르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Y축을 기준 삼아 고민하는 경우는 많이 만나지 못했다.
185p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시선이 무서워 숨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근거도 없고 논리도 서지 않는 프레임을 씌우면 이들은 더욱 방 안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면 그들은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런 자기 증명은 누구에게나 가혹한 일이다.
224p 사람들은 마음속 돌을 분석해 달라고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다. 남의 충고나 조언은 한 사람의 마음속 돌을 처리하지 못한다. 어려운 일을 직접 겪은 당사자는 남들보다 더 많이 그 문제를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타인은 그저 무거운 돌을 마음속에 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된다. 그러면 짐 진 사람이 그 돌을 '스스로'처리할 기운을 얻게 된다.
231p 그저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관심 두고 살펴본 만큼 알아가면 된다.
243p 삶에서 보다 현명하거나 적절한 것 혹은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틀린 것 맞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답 없음이 삶의 비밀이고, 답 없음을 마주하고 끌어안는 것이 우리 삶의 실상일 것이다.
251p 아무리 내 자녀라 할지라도 한 사람은 내가 보는 것보다 더 크고 넓고 깊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려면 부모로서 익숙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여러 관점에서 자녀를 바라보아야 한다.
252p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줄이고, 해야 할 말을 하자
261p 가볍고 부담 없는 주제로 얘기를 건네보자. 날씨, 음식, 내가 경험한 일상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