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돌아보니 사랑이었다

일상생각(2025.8.7. 목)

by 아가다의 작은섬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8월 7일, 입추

내리 째던 태양볕이 어제보다 덜 따갑다. 뜨겁게 불어오던 바람에도 선선함이 스며 있다. 입추가 무색할 정도로 무덥다곤 하지만, 햇빛과 바람은 조심스레 계절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아~~ 올 듯 말 듯...

내 인생을 닮은 계절이 그렇게 오고 있다.'


신호등 건너편에서 길을 걸어가는 ‘모녀’도 알까? 이 바람과 햇빛에 가을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아니, 몰라도 좋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틀림없이 행복하다. 엄마는 아이와 잡기놀이를 하며 건중건중 앞서가고, 아이는 함박웃음을 머금고 총총총 뒤를 따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엄마가 야속할 법도 한데, 아이의 얼굴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그 웃음을 마주하니,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이가 어릴 때, 평생 할 수 있는 효도를 다한다.”


옛 어른들 말이 틀림이 없음이다.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 엄마의 얼굴에 내 얼굴이 겹치고, 아이의 얼굴에서 아녜스와 테레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리땁고 천진했던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당시 나는 내 힘듦이 먼저라 그 진실한 순간을 다 누리지 못했다.


그래, 맞다.

아녜스와 테레사는 이미 부모에게 할 수 있는 모든 효도를 다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순수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다. 그 사랑만큼 진실하고 깊은 마음을 또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내 삶에 때론 향긋한... 때론 맵싸한 양념을 흩뿌려, 하루하루를 더 다채롭게 만들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무르익은 가을처럼 깊어졌다.


풍년이다.

아이들이 내게 새긴 사랑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는 내가 돌려줄 차례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감사하자.
무르익는, 깊어가는 가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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