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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nobody Jul 01. 2024

직팅조카와 책읽기

첫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조카와의 이야기

3월 4주 토요일


몇 일 전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의할 것이 있다고 이번 주 토요일 시간이 되냐고 나는 괜찮다고 답을 했다. 책 모임을 지난 주에 했기에 다음주 쯤 다시 볼 생각이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상의 할 것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대충 무엇을 상의할지 감이 왔다. 다음주쯤 만나면 이야기 해 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만나면 이야기 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오후 3시가 지나 전화가 왔다. 이발을 하고 넘어 오겠다는 거다. 초인종이 울렸다.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조카의 인사와 함께 하던 작업을 저장하고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조카는 외투를 벗고 같이 쇼파에 앉았고 상의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물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고 했다 무자본으로 부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 났다고 그래서 상의 하려고 왔다는 거다. 역시 생각하고 있던 일이 좀 더 일찍 일어났다.

한 달 전쯤 책 모임을 하며 회사 사수가 Reselling하기 괜찮은 상품이 있다며 상품의 남아있는 유통기간이 4개월이라는 조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사수가 그 상품의 적절한 판매처를 이미 기존의 거래처에 어느 정도 (원가의 절반 이상) 확보하고 있다면 괜찮은 거래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판매를 해야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 할 수 있거라고. 무조건 매입가가 싸다고 덥썩 잡았다가 재고를 떠 안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난주 모임에는 그 상품을 매수하기로 결정했고 그 상품을 하차하며 힘을 썼더니 허리가 아프다며 파스냄새를 품겼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물건은 잘 팔리고 있냐고 했더니 아직 판매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며 집에서 먹으라고 3개를 건내 주었다. 그리고 몇 일 뒤 알게 되었다. 성공적으로 완판을 했다고.

첫 번째 성공, 아주 싼 값에 물건을 사서 완판을 했을 때의 짜릿함, 아! 이렇게 돈을 벌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 그것만으로도 생각이 허공을 날아 오를 수 있다. 마치 이등병의 마음가짐처럼, 세상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초심자의 마음, 하지만 병장은 안다. 왜 이등병이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지. 마음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짠밥이 왜 중요한지.

오늘 나의 첫 질문은 "사업계획서는?" 이었다. 작성중이라고 했다. 왜 가지고 오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지난번 만남에서 사업과 신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상대방이 나를 믿고 거래를 편하게 하기까지 그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사업을 하면서 '투자' 개념이 왜 중요한지, 지금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한다면 무엇을 투자할 것인지.

그리고 또 물었다. 돈을 왜 벌려고 하는지.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애써 번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돈을 쓰는데 기준은 있는지

그리고 또 물었다. 왜 회사를 들어갔는지,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 본 이미지가 있는지

조카가 가지고 있는 남들과 차별화 되는 점은 무엇인지. 이전에 가졌던 차별점을 살리지 못하고 보냈던 고등학교, 대학교, 군복무의 시간을 반복하지 말라고 이제는 실전의 시간을 살고 있고 조금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24살의 시간은 곧 28살이 되고 32살이 된다고 하지만 그 시간들을 계획하고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며 성장하려 노력하라고 스스로의 그릇을 키우지 못한다면 시장의 장난에 놀아나고 말거라고 남들에게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성장을 계획하고 지켜나가라고

내일 일요일인데 아침부터 지방으로 출장을 가기로 했다고 햇다. 와이프가 급하게 냉장고를 뒤져 있는 재료들로 저녁을 한 상 차려주었다. 같이 먹고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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