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 일요일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조카에게서 전화가 와 일요일로 바뀌었다. 토요일이 괜찮았다면 운영 중인 경제 독서 1기 모임에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 9월에는 가능하기를 바라본다.
일요일 12시가 조금 넘어 우리 집으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1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고, 첫마디가 식사를 했는지 묻기에 먹지는 않았지만 상관없다 답을 하고 오히려 점심을 먹었는지 되물었더니 먹지 않았다길래 책이야기 전에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나왔다. 얼마쯤 걷다 저녁을 잠실로 나가 먹기로 하고 간단히 김밥과 떡볶이를 포장을 해 집에서 먹으며 책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조카가 MD로 취업을 한 후 나는 SNS 마케팅 관련 책을 연이어 여러 권을 읽었다. '컨테이저스'도 그 책들 중 하나로 조카에게 소개하고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권했다. 저자는 Contagious를 입소문이라 번역했고 조카의 MD업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조카의 질문들 중 내 사업에 관한 질문들이 있어서 내가 사업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꽤 많이 하게 되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내가 20대 후반 영업을 하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다, 나의 답은 '나'였다. 그렇게 2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업을 했고, 사업을 하며 있었던 여러 고비들을 어떤 부분은 짧게 어떤 부분은 조금 길게 조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의사결정은 사업을 하는 이에게는 흔하지만 동시에 참 힘들일이다. 아니 사업이 아니라도 일상에서의 의사결정도 쉽지 않을 거다. 사업을 하며 물건을 사고파기 위해 흥정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번의 의사결정을 머릿속에서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변함없이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으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때로는 그 기준이 사훈이 되기도 하고, 가훈이 되기도 하고, 좌우명이 되기도 한다.
중학시절 내 좌우명은 '작심삼일'이었다. 어릴 적 자주 보던 TV 프로그램 중 '전설의 고향'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국 각 지의 옛이야기 중심으로 매주 방영 되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옛날 어느 동네에 고약한 언덕이 있었는데 그 언덕을 오르내리다 넘어져 구르게 되면 3년 안에 죽게 된다는 전설이 있었고 그 언덕에서 넘어져 구른 이는 누구나 시름시름 앓다 구른 날로부터 3년 안에 어김없이 죽고 말았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세상이 무너져라 근심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어두운 낯 빛을 보고 물었더니 조금 전 집으로 오며 그 언덕을 지나다 그만 넘어져 구르고 말았다면 자신은 이제 곧 죽게 되었다 통곡하며 말하자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그 언덕으로 가 아버지에게 언덕을 굴러 보라며 한 번을 구르고 3년을 살 수 있다면 두 번을 구르면 6년을 세 번을 구르면 9년을 네 번을 구르면 12년을 더 살 수 있지 않냐며 아버지가 살고 싶은 년 수만큼 구르라 말하자 아버지는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 생각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년 수만큼 구르고 또 굴렀고 이후 오래도록 잘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든 생각이었다. '작심삼일'. 3일 간만이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면 4일째 또 '작심'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그 목표를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그 목표를 향해 매 4일째마다 '작심'을 하기로 마음먹고 교실 내 책상 한쪽 귀퉁이에 붙여 두었던 좌우명을 그렇게 '작심삼일'로 정했다. 지금도 내 삶의 태도 중 한 부분은 여전히 '작심삼일'이다.
앞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조카가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잘 고민하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5시가 되어 조카와 저녁을 먹기 위해 잠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