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주 금요일
며칠 전 조카에게 전화가 와 금요일 시간이 어떠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니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저녁은 지난번 약속한 물회를 준비했다. 물회, 들기름 비빔 막국수 그리고 피자를 저녁으로 먹고 과일 접시를 앞에 놓고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조카와 책이야기를 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찍고 나니 그동안 찍지 못했던 장면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번 책은 '본성과 양육'이다.
조카의 첫 질문은 내가 본성과 양육 중 어느 쪽을 더 지지하는가였다. 나는 '양육'이 의미 없다면 '교육'은 필요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조카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 친구랑 비슷한 질문을 하며 언쟁을 벌인 일이 있었다며 '천성'이 있는지도 물었다. 나는 '외향성'과 '내향성'은 타고 나는 게 있는 듯하다고 답해 주었다.
또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난 '사피엔스'를 예로 들며 '상상력'이 아닐까 하고 답을 했다. 조카는 '상상력'이 무엇인지 되물으며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상상할 수 없지 않냐며 '순수하게 상상한다'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스토리'를 예로 들며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인물, 배경(시간, 공간)'은 분명 경험의 산물이지만 '이벤트(사건)'의 영역에서는 '상상'이 일어나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상상의 산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 예를 들어 '자유', '사랑', '시간'등이 아닌지 되물었다.
조카는 자신의 IQ가 145라며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몰랐다. 그리고 내 IQ는 중학시절 우연히 89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조카는 만약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IQ를 충분히 활용했다면 지금의 모습이 달랐을지 물었다. 망설임 없이 분명 달랐을 거라 답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지켜보았던 조카의 모습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상하리 만큼 쉽게 쉽게 딴 자격증들에 대해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고도 말해 주었다. 머리가 좋기 때문에 시작이 남들보다 빠르고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과정에서 노력'을 덜 하며 생기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근 인스타에 글을 올리라거나 책 모임 할 때가 되었다고 조카에게 문자를 하는 이유도 '꾸준함'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었다.
'엉덩이 힘'이라는 표현은 '꾸준함'의 다른 이름이지 않나 생각하기에 남들보다 좋지 않은 IQ로 그들과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시도를 해야만 하지 않겠냐며 이제라도 자신의 약점을 알았다면 강점뿐만 아니라 약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냐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