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조카와 책읽기
'영상 리터러시' vs '문해력'
7월 2주 일요일
목요일, 금요일 오후에 집으로 올 수 있냐고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좀 만들었다고 말했더니 지난주부터 있었던 회사 워크숍으로 이번주는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일요일에 방문하겠다고 답이 왔다.
일요일 오후 3시쯤 이제 막 일어났다며 지금 출발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한 시간쯤 뒤 집으로 온 조카에게 오랜만에 온라인 마케팅책을 여러 권 읽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 때 회사 운영을 위해 마케팅 책과 경영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적용해 보았다. 대부분의 관련 책들은 그 시절 내가 운영하던 작은 회사에는 적용하기가 참 힘들었던 큰 내용들이 많았다.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 맞는 규정들이며 문서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적용하며 책 내용과 현실의 차이에 많은 시간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논산 훈련소에서 배웠던 기초 군사훈련들을 자대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어디서 배웠냐는 꾸지람을 들으며 다시 배웠던 것처럼.
나의 주 무대는 오프라인이다. 그곳에서 26년을 일했다. 조카는 사회생활을 온라인으로 시작하고 있다. 나는 주변의 같은 나이 또래보다 온라인 업무에 익숙하고 잘한다고 자부하는 편이만 조카세대의 온라인 해석력은 그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는 마치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며 자극받은 만큼 책 내용을 뭐라도 하나 현실에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온라인 마케팅 책을 작심을 하고 읽었으니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했다. 당장 인스타 글의 형식을 바꾸어 올렸고 조카에게 보여 주며 조언을 구했다. 조카는 내 인스타를 보며 '결'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 마치 일상인양 태연하게 설명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최근 미디어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우천시' 와 '중식'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젊은이들의 문해력에 걱정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 조카와의 대화에서 나는 거의 '온라인 문맹'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조카의 '영상 리터러시'는 나의 '문해력'을 능가하는 본능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영상 리터러시' vs '문해력',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세상을 만들려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