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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nobody Jul 01. 2024

직딩조카와 책읽기

엔트로피/제레미리프킨

3월 2주 토요일

수요일, 조카에게서 토요일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 토요일은 보통은 부모님댁에 가는 날이다. 조카가 점심쯤 만나서 책이야기를 하고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저녁을 사겠다는거다.

아침에 잠깐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어 현관 도어락 열리는 소리에 다시 깼다. 와이프가 조카를 데리고 집으로 막 들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제법 지나간 것 같다.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점심시간이 넘었다. 거실로 나와서 조카와 인사를 하고 점심은 먹었는지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혼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산책도 할 겸해서 조카와 나왔다. 햇살은 좋았지만 바람이 불어 약간 추웠다. 옷을 가볍게 입고 나와 잠깐 다시 들어가 가디건이라도 입을까 생각했다. 조카에게 물으니 춥지 않다는 말에 그냥 산책을 하기로 했다. 매번 걷던 코스로 걸으며 첫 회사 생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정한 책 '엔트로피'에 대해 어땠는지 물었다.

조카는 이번 책이 과학책이긴 하지만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이 되었다며 자신의 책이야기를 해 주었다. 에너지 투입(소비)과 질서 창조, 엔트로피의 증가와 무질서등에 대해.

집으로 들어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모님께서 조카에게 전화를 해 저녁을 조금 일찍 먹는게 어떨지 물어셔서 4시까지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늦지 않게 움직였다. 집 근처 고기집에 모여 7인분의 고기와 된장찌개, 밥, 냉면을 먹고 집으로 오면서 와이프 생일을 위해 케익도 샀다. 집으로 와 와이프 생일 축하를 하고 함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장모님과 처남이 먼저 가시고 조카와 좀 더 책이야기헸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은 없고 형태만 바뀌는 것은 아닌지"라는 조카의 질문에 나는 "인류의 문명은 발전하고 있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진보와 진화'가 어떻게 다른지도 물었다. 조카의 답변에서 '정상상태'라는 단어를 듣고 무엇이 '정상상태'인지도 물었다. 생명체가 주변의 에너지를 얻어 평행상태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정상상태라고 하는데 이 정상상태가 깨어지면 생명체는 평행상태, 즉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조카가 답했다. 조카는 엔트로피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엔트로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모순이지 않냐며 내게 물었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책 '인구대역전' 그리고 '우주의 구조'의 내용으로 '엔트로피'를 확장해 이야기 했다. '고령화 사회'와 '인구감소 사회' 중 어느 쪽이 더 비용을 절약하는 쪽인가? 엔트로피를 상쇄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클지 아니면 고령인구를 부양하는 비용이 클지에 대해 내게 물었다.

조카의 첫 질문 인류 문명이 발전하지 않고 단지 형태만 바뀌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먼저 '발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무엇이 발전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발전'을 '진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인류 문명은 진보하고 있는 걸까?

내 머리 속 진보의 이미지는 수평선으로 그려진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선을 긋고 동일한 간격으로 수평선을 나누고 그 간격들에 년도를 나열하고 '발전'이라는 개념을 추가하면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화살표 같이 "문명 또는 사회는 진보하였다"라는 이미지말이다.

최근 AI의 발전에 관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근심이 공존하고 있다. AI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 과학의 발달 또는 문명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영화 '터미네이터' 속 '스카이넷'처럼 인간을 제거하려는 AI가 출현 한다면 그리고 그 AI에게 인류가 종말을 맞게 된다면 '문명은 진보 했다' 말할 수 있을까? 혹 '문명의 진보'보다는 '문명의 진화'가 더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쩜 인간도 다른 종과 같이 환경에 적응하다 결국 멸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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