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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UST PILOT 16화

멈췄던 꿈, 다시 이륙하다

후회가 데려다준 곳

by Isol

[인터뷰_16] 김동성 기장님, 멈췄던 꿈, 다시 이륙하다


작성자 하늘누리 항공마케터 이솔

항공기 CH-601 / KP-5A

비행시간 총 220시간 (GA 60시간 / 경량 160시간)




후회는 결국 저를 다시 이 곳으로 데려다줬습니다.



Q. 기장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비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김동성입니다. 비행을 처음 시작한 건 2008년이었습니다. 당시 신외리(안산)에서 초경량 항공기로 비행을 시작했고, 이후 안성 아트항공에서도 약 12시간 정도 경량 항공기를 탔습니다.


가장 처음 비행을 하게 된 계기는 한국조종사교육원에서 단기과정으로 들어가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이스트 아시아 에어라인이라는 19인승 에어 커뮤터 항공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 부기장 과정을 준비하던 중이었죠. 소카타 TB-9, Cessna 172 등 GA 항공기로 60시간 정도 비행했고, 단독비행과 크로스컨트리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회사 업무와 병행하기가 어려워 금전적인 부담이 컸고, 결국 포기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결정 중 하나입니다.



Q. 하늘누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2008년 신외리에서 비행하던 시절, 대표님은 자가용 면장을 취득하시고 개인 항공기를 구입하셨고, 저는 렌탈로 비행을 하고 있었어요. 그 인연이 17년째 이어지고 있고,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에 대표님께 다시 비행을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Q. 비행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비행을 한동안 쉬고 있었습니다. 안성에서 비행을 마치고 약 2년 정도 공백이 있었죠. 그 사이에 조종사가 된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부럽기도 했고, 그들이 했던 선택을 나는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도 됐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런 후회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비행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땐 안 했을까’ 하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결국 다시 조종간을 잡게 되었죠.



Q. 하늘누리비행교육원을 다시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게 있어요. 결국엔 자기만의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

골프도 해봤고, 사진 동호회도 해봤지만… 비행만큼 마음을 끄는 건 없더라고요.

지금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3년 전에도 비행을 안 한 걸 후회하고 있었거든요.

‘그때도 후회했는데, 또 후회하게 될 텐데 왜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결심하게 됐습니다.




Q. 예전과 지금, 비행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요?


네. 예전엔 비행을 정말 재미로 했고,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어요.

그땐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즐기자’ 쪽으로 바뀌었어요.

목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 자체가 더 소중하달까요.




Q.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신가요?


그럼요. 조종사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에요.

하늘을 나는 사람들, 조종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늘 멋졌죠.

물론 저도 지금은 전문 조종사는 아니지만, 그들과 같은 하늘을 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이후로는 비행을 쉬셨던 건가요?


네. 2012년을 마지막으로 약 7년간 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정을 돌보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다 2019년 제 생일이 되었고,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다시 비행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트항공이 집과 가까워 몰래 다녔습니다. 비행을 참아왔던 그 시간들이 길었기 때문에 더 간절했어요.


그때는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2022년 하늘누리에 오게 되면서는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비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트항공이 민원 문제로 잠시 폐쇄되면서 두 해를 기다렸고, 결국 하늘누리로 오게 된 것이죠.




Q. 처음 비행했던 항공기를 다시 타게 되셨다고요?


네, 맞습니다. 2008년 처음 비행했을 때의 항공기 CH-601 HL-C083. 서해항공에서 이성규 교관님 소유였던 이 항공기를, 지금은 김대형 대표님께서 인수하셨고, 하늘누리에서 다시 타게 되었습니다. 등록부호는 예전엔 S2154였고, 현재는 HL-C083입니다.


예전에는 사이드 브레이크처럼 당기는 수동 트림이었는데, 지금은 전동 트림으로 개조되어 있더군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했습니다. 해당 기체로 50시간을 비행했고, 이후 HL-C081로 기종전환하면서 3시간 만에 전환을 마치고 솔로비행도 나갔습니다.




Q. 비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네럴 항공기로 독도를 비행했던 경험입니다. 김포에서 출발해 양양을 경유해 논스톱으로 독도 상공을 선회하고, 다시 양양에서 급유 후 김포로 돌아왔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6시간이었고, 그날 먹었던 던킨도너츠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실수로 물을 챙겨가지 않아 침만 꼴깍꼴깍 삼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론이나 교과서에서만 보던 독도를 직접 비행하며 바라봤던 그 순간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또 2009년 경기 국제 항공전에서 CH601, Skyleader 500 등으로 초경량 축하비행을 했던 기억도 인상 깊습니다. 이성규, 박문주 교관님과 함께했고, 김대형 대표님은 당시 체험비행을 진행하고 계셨죠.



Q. 비행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목표는 교관 자격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이후 야간과정이 가능하다면 항공정비사 자격까지 취득하고 싶습니다. 외국 유튜버 Jimmy처럼 오래된 항공기를 정비하고 다시 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평소에도 경량항공기 관련 콘텐츠나 신기종 소개 영상을 자주 찾아봅니다. 항공기마다 성능이나 특징이 다른 걸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Q. 경량항공기의 앞으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예전에는 과연 활성화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기반이 생기고 있다고 느낍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입문하고 있고, 직장인들이 주말에 취미로 배우러 오는 경우도 많아요. 아직 인프라가 충분하진 않지만, 하늘누리처럼 기반이 탄탄한 교육원이 많아진다면 레저뿐 아니라 직업적인 분야로도 확장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항공법 개정이 예정되어 있으니 선택지도 더 다양해질 거라 기대합니다.



Q. 마지막으로, 비행을 꿈꾸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절대 실현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해보셔야 합니다. "언젠가는 해야지"라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늦었다는 생각만 남습니다. 스스로 늦었다고 느낄 때가, 다시 시작하기엔 오히려 가장 빠른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회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 비행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 모든 과정들이 나를 다시 이끌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면,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김동성 기장님의 이야기는 후회를 품은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멈췄던 시간을 넘어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그의 비행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인생의 두 번째 이륙이었습니다.



작성자 하늘누리 항공마케터 이솔

기록일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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