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받지 않으면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게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아니, 준비는 여전히 필요할지도 모른다.
간절함은 무기가 아니라 약점이 된다.
간절함은 약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약함은 주변을 지킬 수 없다는 증거다.
스승님의 약한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마치 나의 부모님처럼, 그는 눈에 띄게 약해져 있었다.
나는 아직 강해지지 않았는데,
이미 그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선택해야 했다.
강해질 때까지 도망갈지,
아니면 약해지지 말고 지켜줄지.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아직 강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떠났다.
그곳은 싸움터였다.
경쟁하고, 물어뜯고, 이겨야 하는 곳.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스승님이 그곳에서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강하기도 했지만,
여리고 약했다.
정이 많다는 말로 포장하기엔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내주고 있었다.
그 대가로 주변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증명할 수 있는 힘은
오랜 시간 쌓아온 비행력이었다.
그런 그가
그 힘마저 내어주려 했다는 것은,
그가 많이 지쳐 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곳을 떠나
싸우지 않고,
말을 잘 듣고,
고개를 숙이면
내 몫이 보장되는 곳으로 와버렸다.
싸우지만 않으면,
강자에게 굽히기만 하면
내 목숨,
심지어는 내 가족 한 가정까지
지킬 수 있는 곳.
하지만 이곳은
더 어려운 게임이었다.
이기거나 지기만 하면 되었던 싸움터와 달리
이곳에서는
한 번의 패배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순종적인 곳에서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살아가기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스승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릴수록
내가 모든 공격을 감내하며
끝내 강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스승님이다.
강해지려면 그를 넘어야 한다.
그를 넘으려면
지금은 그를 외면해야 한다.
착한 것은 약한 것이다.
약하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간절하지 않다.
나는 더 냉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
공격받지 않으면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게임.
내 비행기는,
이륙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