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지만, 아직 떠나지 못한 곳

받기만 해서 떠날 수 없다.

by isol

400km를 달려서
운전 왕복 9시간을 감수하고 도착한 곳은, 비행기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내가 떠난 곳이지만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주 6일을 일하며,
모든 분야를 내 일처럼 붙들고 살았던 곳.
나는 이미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아직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비행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곳.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 준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표님, 저는 이곳이 더 커질 거라고 상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유지되는 것을 꿈꾸진 않잖아요.”

“그렇지.”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교관을 더 뽑아야 합니다.
프리랜서 교관을 투입하고,
그 파급력으로 사람을 끌어와야 합니다.
사람이 모여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대표님, 저에게 모든 비행기를 맡겨주세요.
제가 모든 기체를 관리하고, 절차를 만들고,
제 실력을 올려주신다면
제가 차근차근 다음 교관에게 인수인계하며
좋은 체계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안 됩니다.
저는 마음이 급합니다.
이 시기에 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저는 이곳에 더 머물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모든 것을 바쳤다.
사실, 그곳을 위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일했다.

내가 주인인 것처럼.

대표님은 내가 떠나기로 결심한 뒤에야
나를 붙잡으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내 마음이 돌아서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대표님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의 비행장을
만들어 가는 듯 보였다.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여우 같은 직원을 중심으로
그 아래 교관들이 회사를 키워가는 모습.

그는 여전히
내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안에서의 성장은
이제 내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는 사실
대표님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나를 위해 일했을 뿐이다.

내 모든 선택의 이유는
철저히 ‘나’였다.

나는 그로부터
받고 싶었고,
받아내고 싶었다.




비행이라는 것.
비행을 통해 펼치고 싶었던 것들을
나는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있는 힘껏 펼쳤다.

그에게서
받기만 한 채로 떠났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도록
감사해하고,
또 미안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