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의 비행
신비한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는 날은 다른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다. 아이를 위한 장난감을 고이 모셔와 오픈했더니 아이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한다. 환한 웃음과 순수한 기쁨을 전해주며 그간의 고생을 씻겨준다.
물속으로부터 벗어난 세상 끝에 만난 아이를 생각할 겨를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장난감까지 까먹었다면, 대역죄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럴 줄 알고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 효과를 발휘하다니. 알고도 이런 환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에 놀랍다.
아이에게 어떤 세상에서 지내다가 왔는지 말해주는 것을 계획했지만 그러할 새도 없이, 그가 원하는 놀이가 진행되며 그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이의 컨디션은 좋앟고, 나의 컨디션은 바닥이었다. 그럼에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것처럼 컨디션은 내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힘을 주었다.
알파카, 고양이, 강아지, 미니피그, 두꺼비, 나무늘보. 아이는 이전에도 몇 번 보았던 동물들을 다시 보는 데에도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마냥 마구 즐거워 했다. 한번만 안아보고 싶은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며 팔과 몸통을 아이 자신의 품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원하는 바대로 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만 다가와 주었다. 그런 고양이를 더, 더 귀여워 하는 아이의 모습이 재밌었다.
낯설었다. 오랜만에 열린 세상에서 다양한 색감의 세상을 느끼는 것 같았다. 흑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지역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해외 어느 아름다운 도시의 백화점에서 환상적인 동물들과 함께 아이를 만나 시간을 보낸 것만 같았다. 아이의 세상을 비행하는 조종사가 조종간을 아이에게 내맡긴 채 바깥의 풍경을 황홀하게 감상하는 것처럼.
그렇다고 지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길고 긴 장거리 비행에 착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와의 시간은 어느덧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다시 나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는 아이의 세상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느낌일까. 나처럼 다시 거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을까? 아이의 뒷모습은 잔잔한 기타소리가 들리는 인디음악의 멜로디가 울려퍼지는 일상이 베경으로 깔려 나를 안심시켰다.
아이가 떠난 후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세상으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얼마나 더 자유롭게 비행하는 비행사가 될 수 있을지 계획했다. 단지 머리로만 그리는 비행 계획일 뿐이지만 결국 아이와의 세상에서 함께 만나려면 나는 떠야 한다. 더 멋진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