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향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지나가고, 이따금씩 내쉬는 날숨과 함께 흩어지는 입김이 공기에 녹아들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문득 떠오른 얼굴 하나.
너였다.
너는 늘 겨울 같았다.
처음 너를 만난 날도 겨울이던 눈발이 흩날리던 날,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에서 너는 겨울 속 풍경처럼 빛났다.
마치 차가운 공기 속에 따뜻한 불씨 하나가 피어난 것처럼,
너는 그렇게 춥기만 한 내 일상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너는 강렬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따뜻한 미소와 낮은 목소리로 다가왔지만, 점점 더 깊이 알게 될수록 너의 속내는 날카로웠다.
그런 너에게 나는 매료되었다.
너는 흔들리지 않는 겨울나무처럼 묵묵했고,
강한 눈보라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그 단단함이 오히려 너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을.
너와 함께한 시간들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뒤섞인 기억들로 가득하다.
손을 꼭 잡고 걷던 눈 덮인 거리,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던 밤.
그리고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외로움.
너는 늘 바쁘게 달렸고, 나에게 보여주는 미소 뒤에 숨겨진 고독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너를 본 것도 겨울이었다.
“미안해. 더 이상 못 하겠어.”
너는 담담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 내게는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네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너를 보내고 난 뒤 나는 오랫동안 겨울을 두려워했다.
바람이 매서워질 때마다, 차갑고 쓸쓸한 공기 속에서 네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네가 떠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나는 네가 행복하길 빌었다.
너는 겨울 같은 사람이니까.
매섭고 차갑지만,
그 속에 단단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
나는 한 겨율 너의 온기를 알아버렸기에, 너를 미워할 수 없었다.
겨울은 끝없이 반복되는 계절이다.
이 계절이 끝나면 봄이 찾아오겠지만,
겨울은 다시 온다.
그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네가 떠올라도 이제는 괜찮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 속에 네가 떠난 후에도 변함없이 풍기던 향
겨울 향.
차갑고도 묵직한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겨울 향이 문득 나를 감싸올 때,
나는 네가 떠올라 미소 짓는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잘 지내고 있지?”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나는 다시 목도리를 고쳐 매며 걸음을 내디뎠다.
겨울 향이 스며든 거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 Winter Fragrance -
차가운 공기를 느껴
네가 찾아왔을까
겨울 같던 너
반가워 추운 줄도 몰랐잖아
Winter Fragrance, 너의 향기
Winter Fragrance, 다시 여기
겨울처럼 너를 느껴
Winter Fragrance, 잊지 못해
눈부신 하늘 아래
흰 눈이 너를 기억해
Winter Fragrance, 너의 향기
Winter Fragrance, 다시 여기
겨울처럼 너를 느껴
Winter Fragrance, 잊지 못해
그리운 너
겨울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