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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음파

나는 물 위에 여전히 떠있다.

by Isol


"음 파 음 파"

“따라 해 보세요.”

“음 파 음 파.”

“음파 음파는 의성어이니, 소리까지 따라 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직 죽음에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문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Well Dying.’

지하철을 기다리며 무심코 쳐다본 광고판에 적힌 문구였다.

그날 이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수영 강습에 등록했다.

수영장.

그곳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50대, 60대, 그리고 70대까지.

그들은 죽음을 준비하기는커녕, 남은 삶을 즐기고 있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우아했고, 표정에는 행복이 보였다.

물안경 밖 수영장 모습은 환했다.



잠이 도통 오지 않기 시작한 건 10년 전부터였다.

지나간 삶에 대한 미련과 후회, 먼저 떠난 남편의 부재가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 "음 파 음 파"를 반복하는 순간,
나는 당장 숨 쉬기에만 바빴다.

낮은 수심에 팔을 쭉 펴고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선생님의 지시로 발을 빠르게 굴렀다.

발의 속도가 느려지면 내 무릎은 금방 바닥에 닿고 말았다.

가라앉지 않으려 발을 움직이며

"음 파 음 파"

고개를 들어 물안경 너머로

수심이 좀 더 깊은 수영장 안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도 나처럼 발을 구르고 있었다.

“음 파 음 파.”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고요하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부끄러움은 내 삶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가져갔다.

물속에 잠수하자,
과거와 미래는 떠오르지 않았다.

후회와 불안의 감정이 사라졌다.

오직 지금의 호흡, 발의 움직임, 그리고 물결만이 존재했다.

“음 파 음 파.”

‘Well Dying’을 준비하기엔,
아직 나는 여전히

지금 여기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끝없이 발을 구르며, 숨이 가빠지지 않을 때까지,

"음 파 음 파"

나는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삶을 여전히 즐길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삶과 죽음 사이,

나는 물 위에

여전히 떠었다.






- 음파음파 -


멈출 줄 모르던 시간의 파도 속
끝없이 밀려오는 기억과 후회
하지만 오늘, 이 순간 느껴봐
내 안의 숨결이 춤추는 걸

물결 속의 고요함, 그 안에 숨겨진 빛
깊게 쉬어봐, 지금 이 순간

Well living, 지금 여길 살아
호흡과 맥박에 내 몸을 맡겨
Well living, 두려움은 사라져
이 순간이 전부야, 나를 느껴봐

발끝으로 그리는 작은 물결
가라앉지 않으려 버티던 나
이제는 알았어, 두려움조차도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걸

물속의 침묵 속, 떠오르는 용기
깊이 잠겨봐, 지금이 전부야

지나간 날들은 흘러가는 물처럼
미래의 불안은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지금 여기, 나의 몸과 마음
이 순간에 모든 게 있어

Well living, 내 삶의 이유
음파음파, 물결 속의 나를 만나
Well living, 멈추지 않을 거야
내 숨결이 닿는 한, 살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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