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 직원 중에서 나를 알아보는 이가 간혹 있는데, 그런 이라면 최소한 이십 년은 다녔을 것이다. 나와 말이라도 섞을 정도면 입사하고 몇 년은 지났을 것이고, 내가 본사에 돌아온 게 16년 만의 일이니. 그랬으니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건 참 민망한 일이다. 나는 그럴 때 먼저 내 이름을 밝히며 인사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인식입니다.”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상대도 대체로 눈치를 채고 자기 이름을 대게 마련이다. 지난주에 어떤 이가 반색하며 다가와서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는 통에 미처 내 이름을 댈 기회를 잡지 못했고, 그래서 그이 이름을 알아내느라 며칠이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봤더라는 푸념이다.
무릎이 시원치 않아 찾아간 정형외과에서 나이가 들면 연골은 더 이상 재생되지 않으니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아끼라고 했다. 에스컬레이터건 엘리베이터건 탈 수 있으면 무조건 타고, 경로석이 보이면 무조건 앉으라고 했다. 도리 찾고 민망함 찾을 형편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의사 말은 법으로 여기는 사람이니 그 후로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젠 지하철 탈 때면 으레 경로석이 내 자리인 줄 알고 그리로 탄다. 오늘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여느 때처럼 경로석 앞으로 갔는데 오늘따라 자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 한 분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 더러 앉으란다. 얼른 손사래를 치고 옆으로 비켜서기는 했는데,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세상에,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말이야.
교통편을 이용할 때면 으레 경제방송을 듣는다. 다른 승객에게 폐 끼치지 않고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므로. 삼프로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언더스탠딩’은 투자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거의 빼놓지 않고 듣는다. 오늘은 얼마 전 상장된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를 분석하는 시간이었는데, 회계전문가가 그 회사의 문제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길게 설명한 걸 한 마디로 줄이자면 ‘사업’이나 ‘장사’나 이익을 목표로 하는 것은 같지만, ‘사업’은 ‘이익을 만드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장사’는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오래 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지. 그러니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시원치 않은 것이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 방송, ‘언더스탠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