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여든다섯이라는데 건강 수명은 아직 일흔에 머물러 있다. 예전에 비해 오래 산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건강해진 게 아니라 그저 의술로 수명을 억지로 늘린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예전엔 듣도 보도 못한 질환이 하나둘이 아니다.
치매가 그렇다. 예전에도 치매가 있기는 했다. 노망이 났다고도 하고 망령이 들었다고도 하던 치매는 그저 돌아가시기 직전에나 걸리는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른 나이부터 치매로 고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른 나이라고 해도 예전 같으면 세상 떠날 나이이니, 결국 사람답게 사는 나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셈이다.
나는 지나치다 할 만큼 치매가 두렵다. 백수를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아직 젊은이 못지않은 기억력을 자랑하시지만, 일흔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년에 약하기는 해도 치매 증상이 있으셨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였기 때문에 유전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는 하더라만. 그렇기는 해도 태산 같았던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지금까지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혈관성 치매야 건강만 잘 유지하면 피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치매는 막으려 한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근거가 있든 없든 치매 예방에 좋다는 건 다하고 산다. 서평 일천 편 쓰는 걸 마지막 목표로 삼은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치매는 결국 뇌의 증상이니 뇌를 잘 관리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페친이 올려놓은 <더 파더>를 다시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내가 저런 상태가 되면 앞뒤 재지 말고 바로 요양원으로 보내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 결정이 쉬울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부담을 덜 수는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영화 보는 내내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뜨문뜨문 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요즘은 영화건 드라마건 아무 때나 볼 수 있으니 예전처럼 한 편을 진득하게 보는 일이 없다. 풍족한데 오히려 거두는 것이 덜하니 결국 풍요 속의 빈곤인 셈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