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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5.05.18 (일)

by 박인식

칠십을 앞두고 물러서고 덜어내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생겨 다시 현업에 복귀하다 보니 활동의 폭이 오히려 넓어지고 삶이 화려해졌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저 물러서고 덜어내려 했던 그 정신을 잊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오늘 아침 문득 물러서고 덜어내기를 구했던 기도가 물러서고 덜어내려 했던 그 정신을 잊지 않기를 구하는 기도로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때 빛나던 목회자들이 빛을 잃고 사그러지는 모습을 적지 않게 지켜보았다. 그들은 하나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설교를 시작했으나 곧 하나님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결국은 자기 생각만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이들을 보면서 실망하고 불편했던 모습이 내게서도 일어나고 있더라는 말이다.


물론 변명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변명할 거리로 말하자면 그 목회자인들 없었을까. 그래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었다는 말도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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