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5.08.24 (일)

by 박인식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튜브를 열고 우리 교회 예배를 드렸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교회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예배를 드리고 나면 늘 아쉽습니다. 성찬을 받아야 예배가 온전해지는 건데, 성찬 받는 걸 구경만 하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처음엔 매주 나누는 성찬 때문에 교회 등록을 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성찬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런던 웨스트민스터 교회에서 성찬 나눌 때 나가서 받을까 망설이다 못 받은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체코는 유럽 국가인데도 국민 대부분이 종교를 갖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나마 가톨릭이 10퍼센트 정도이고 개신교는 1퍼센트라니 영 뜻밖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쩐지 오늘 예배드리러 교회를 세 곳이나 찾았는데 아무 데서도 예배드리는 걸 보지 못했거든요. 그것참 이상하다 하고 돌아와 찾아보니 그렇더군요.


숙소 주변에 멋진 교회가 세 곳이나 있습니다. 한 곳은 11시에 맞춰 갔는데 예배 시간이 10:30분이라고 써놨더군요. 늦기는 했어도 그 시간이면 예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교회 안이 온통 캄캄했습니다. 한 곳은 아예 문을 걸어 잠궜구요, 한 곳은 늦게 가서인지 예배 마치고 정리하고 나가는 모습만 봤습니다. 검색해보니 공산화의 영향이라는군요. 하지만 1993년 떨어져 나간 슬로바키아는 가톨릭 인구가 60퍼센트가 넘는다니, 체코 국민 대부분이 종교가 없는 이유를 공산화로만 여기기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예배는 드리지 못하고 대신 마지막에 들렀던 성프로코피우스 교회에서 오후에 칼 젠킨스의 레퀴엠 공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교회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오른 중부 유럽 최대의 유대인 묘지가 있고 옛날에는 이 주변으로 유대인 사회가 꽤 융성했다고 합니다. 이 교회는 트르제비치 성으로도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교회와 성이 하나로 엮인 것이지요. 성이자 교회인 이곳에 트르제비치 박물관이 있어 들어가려니 점심때라며 1시 넘어서 오랍니다. 점심때라고 문 닫는 박물관은 처음 봤습니다.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대충이던 찬찬히던 동네를 둘러본 게 처음입니다. 현장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주말에도 일을 계속해야 했거든요. 어제도 일부 작업이 이루어져서 저를 포함해 절반만 근무하고 나머지 절반은 어디 구경이라도 다녀오라고 내쫓았습니다. 오늘은 아예 근무하지 않기로 했지요. 그래서 몇 사람은 조금 떨어진 와이너리 구경 가고 저와 동료 하나는 오후에 있었던 성프로코피우스 교회 레퀴엠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기대가 컸습니다. 아직 유럽 교회에서 열린 음악회를 본 일이 없습니다. 유럽 교회의 울림이 좋은 거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요. 거기서 직접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거든요. 전문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워낙 울림이 좋으니 어지간하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오늘 지휘한 분은 43년 전에 지역 합창단을 만들어 이끌어 온 분입니다. 교회 성가대와 어린이 합창단도 지휘한다는군요. 전기 기술자이자 버스 운전사랍니다. 오케스트라는 스무 명, 합창단은 서른 명쯤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기는 해도 어지간만 하면 그 좋은 환경 덕을 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 어지간만 한 게 안 되더라구요. 그렇기는 해도 워낙 울림이 좋아서 헛걸음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나오면서 어지간만 해도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동네에서 열리는 음악회가 뭐가 있는지 신경 써서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러다가 어지간만 한 연주자라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차라리 유료 공연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Church of St.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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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Procopius Basi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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