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부부

by 박인식

부부싸움


살다보면 아내와 다툴 때가 있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생각이 모두 다르니 다툴 수 있다. 하지만 다투고 나서 시간을 오래 끌지는 말라. 부부싸움이라는 게 어느 한쪽 잘못만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자기가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도 아내가 화해를 청해오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화를 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다면 이유야 어쨌든 자신도 썩 잘한 건 아닐 뿐더러, 그런 다툼으로 귀한 시간을 낭비해도 좋을 만큼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다. (2000.10)



아내


아내에게는 남편의 위험을 알아차리는 본능이 있다. 그러니 아내의 판단을 무시하지 말라. (2005.11)



도를 넘는 언사


사람이 흥분하면 막말을 할 수 있다. 안 그러면 좋기야 하겠지만 흥분한 상태에서 이모저모를 따지기가 어디 그리 쉽겠나. 그렇다고 해도 할 말이 있고 어떤 경우에도 하지 말아야할 말이 있다. 회사에 다니다보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일이 왜 없겠으며, 부부로 살다보면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상대에게 배반감을 느끼는 일이 왜 없을까. 서로가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 살다보니 얼마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용납하고 용서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사는 게 인생 아니겠나. 그런데도 요즘에 도를 넘은 언사가 너무 많아 걱정스럽다. 십년 넘게 이혼을 입에 달고 살던 부부가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걸 보면서 새삼 도리를 생각하지 않는 요즘 세태가 걱정스러워 한 마디 적는다. (2007.12)



남의 말에 초연하기


평생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내가 걷는 길이 과연 옳은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게 판단의 기준이었다. 같이 살다보니 같은 사람이 되어 가는지, 아내도 이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는 그다지 개의치 않고 지낸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말과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편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반쯤은 닮아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그다지 개의치 않고 지내는 아내도 내가 잘못했을 때는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해댄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2008.05)



아내 병상을 지키며


젊은 날 만나 손녀를 본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한 순간도 만남을 후회해 본 일이 없는 아내를 허락하신 것, 내게 유익해서가 아니요 내게 보여준 헌신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그와 함께 해로하게 하신 것, 자식이 가장으로서 본분을 잘 감당하게 하시고 심성 고운 아이를 그 배필로 허락하셨을 뿐 아니라 존재 자체로서 감동이요 감격인 손녀를 허락하신 것, 이런 큰 은혜를 입을 만큼 바르게 살지 못했음에도 이 모든 은혜를 누리게 하신 것.


뜻하지 않았던 수술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 곁을 지키면서 하나님께 도우심을 구하는 내게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내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무게가 한결 덜어졌다.


모든 아픔에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아픔을 허락하신다는 말은 아니라고 믿는다. 전능자께서 방법이 없어 당신 뜻을 전하려고 힘없는 우리 손목을 비틀기야 하시겠나. 다만 그 아픔의 대부분이 내 스스로 잘못 선택한 결과이지만 내 아픔을 함께 느끼시고 그 아픔에서 나를 건져내시려는 그분의 사랑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우리 몸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니 잘 간수해야 했음에도 우리가 소홀하여 문제를 일으켰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나. 다만 우리 잘못으로 성전을 망가뜨려 놨다 해도 그것이 하나님의 성전인 이상 하나님께서 바로잡으시지 않겠나 기대할 뿐이다. 그렇게 기회를 허락하신다면 앞으로는 정말 우리 몸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잘 가꾸어나갈 것인데. 이 후안무치를 긍휼히 여겨주시지 않으시려는가. (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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