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view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

by 박인식

김금희

창비

2025년 8월 8일


소설가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글을 읽다 보면 참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파고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진 소설가를 여럿 만났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의 짜임새가 성글 수밖에 없고, 글이 성글어서는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게 어디 소설뿐일까. 사실 나도 책을 읽다가 사실관계가 잘못된 걸 보면 그때부터 집중이 되질 않는다.


그렇기는 해도 책 말미에 참고자료 목록을 적어놓은 소설은 처음 만났다. 문화재 관리국의 창경궁 발굴조사보고서에서 시작해 고고학 서적과 관련 논문으로 이어지는데, 그중 ‘특히 유류 오염 물질의 GPR 반응에 대한 모델 실험 연구’와 ‘GPR을 이용한 매장 문화재의 위치 해석’에 눈길이 끌렸다. 내가 일하는 분야의 지식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GPR 탐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내 견해와는 별개로 소설가가 거기서 어느 부분을 참고했을까 궁금했다.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도 그렇고.


올봄, 독서 방송에 이 책 소개가 올라왔다.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이었다. 소설과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성향인지라 골라놓고 망설이는 중에 만해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렸다. 책 소개 기사도 여럿 찾아보고, 리뷰도 상당히 많았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 세대에는 창경원 식물원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곳이고, 대학 신입생 때 밤벚꽃놀이 미팅을 하던 곳이기도 해서 개인적인 궁금증도 일었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덮고 다른 책을 꺼내 읽었다. 어지간하면 읽는 책을 중간에 덮지는 않아서 두어 번 더 읽으려고 하다가 또 그만둬야 했다. 프라하에서 서울로 오는 열한 시간 비행에 마저 읽으리라 작정했고, 결국 다 읽기는 했다. 그저 읽기만 했다는 말이다. 아무튼 내가 소설하고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만든 책이었다. 독서 방송에서 이를 강력하게 추천한 문학평론가의 말도, 작품의 추천사도, 수백 개나 이어진 리뷰도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소설 무용론자인 것만은 아니다. 나도 흥미 있게 읽은 소설이 있고, 때론 진한 감동으로 작가의 다른 소설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은 일도 없지는 않거든. 물론 이 리뷰는 전적으로 내 기호에 따른 것이니 참고할 만한 것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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