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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Dec 27. 2020

[사우디 이야기 25]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1

사우디 이야기 (25)

사우디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3/1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전인 3/13일 대중집회 금지, 3/15일 국제선 운항중단ㆍ공공기관 재택근무ㆍ대중교통 운행중단 등의 극단적인 명령을 연거푸 내렸습니다. 급기야 4/6일에는 수도인 리야드 등 주요도시에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4/7일 보건부장관은 정부가 확신방지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몇 주 안에 확진자가 최대 2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성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보건부장관의 경고를 들으며 엄포가 아닐까, 혹시 추후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밑밥을 까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당시 누적 확진자는 채 3천 명이 되지 않았고, 게다가 정부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확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4/18일에 신규 확진자가 하루 1천 명을 돌파하고 이후로도 계속 가파르게 늘어나 6/17일에는 하루 4,919명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6/17일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든 후 중간에 다소 기복이 있었으나 대체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유지해 8/29일 하루 1천 명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는 20일 이상 하루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누계 확진자는 36만 명을 넘었습니다. 20만 명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3/15일에 중단되었던 국제선 운항은 꼭 6개월만인 9/15일 부분적으로 재개되었습니다. 발표 당시 내년 1/1부터 전면 재개할 예정이고 재개 여부는 12/1일에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만, 막상 12/1일이 되어서는 재개 결정을 유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상황이 녹녹치 않았으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영국에서 변종바이러스가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12/21일 사우디 정부는 다시 1주일 국제선 운항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필요에 따라 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주일 만에 운항이 재개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대체로 한 달은 가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변종바이러스는 확산속도만 빠를 뿐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건 아니라고 했고, 따라서 지금 접종하고 있는 백신으로 통제가 가능하답니다. 사우디는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열흘이 넘었고* 접종 신청자가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종바이러스도 현재 접종하고 있는 백신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당초 계획한 대로 12/28일 운항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제제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백신만으로 변종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상황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제재가 지속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재가 한 달 이상 지속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당초 계획한 대로 제재기간이 1주일에 그치거나, 그렇지 않다면 한 달이 넘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곳 통신사 중 ‘Al Arabiya’에서 유일하게 “접종자가 44만 명이 넘었다”고 보도한 바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1) 사우디 보건부나 정부 관영통신 그리고 다른 신문사 어디에서도 그런 보도를 찾을 수 없다는 점, 2) 리야드에서 먼저 접종이 이루어졌고 엊그제부터 제다에서 접종을 시작했으며 곧 동부지역에서도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점, 3) 리야드 하루 접종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접종이 이루어지는 시설에 사람이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는 점, 4) 12/17부터 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하루 5만 명 이상이 접종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숫자인데 접종 장소 갯수나 붐비는 정도로 보아 불가능한 숫자라는 점으로 보아 접종자수가 44만 명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우디 식품의약품청(SFDA, Saudi Food and Drug Authority)에서는 12/10일에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아마 그 무렵부터 백신접종 신청을 받기 시작했을 겁니다. (Sehatty 앱) 백신은 3단계로 나누어 접종하는데 1단계는 기저질환자ㆍ의료관계자ㆍ65세 이상ㆍ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40이상, 2단계는 50세 이상, 체질량지수 30-40, 3단계는 전원이 해당됩니다. 내국인ㆍ외국인 구별 없이 해당하는 단계에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고령자에 해당하고 아내는 몇 달이 모자라 12/22일 우선 저만 신청했습니다. 다음 날인 12/23일 승인 문자를 받았습니다. 날짜를 확정하려고 보니 12/24일부터 접종을 할 수 있더군요. 부작용에 대한 뜬소문은 모두 괴담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막상 날짜를 정하려고 하니 망설여지더군요. 다음 주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일이 있는데 혹시라도 지장이 있는 건 아닐까 해서 12/31일로 예약했습니다. 2차 접종일은 1/19일로 지정되었습니다.


12/17일 사우디 보건장관이 제일 먼저 백신을 맞았습니다. 12/26일에는 사우디 왕세자인 MBS가 백신을 맞는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아직 부작용(side effect)이 나타났다는 보도는 보지 못했습니다. 주변에 백신을 맞았다는 분이 하나둘 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나이 드신 교민들은 모두 망설이고 계십니다. 제가 신청을 해드리겠다고 해도 머뭇거리셔서 제가 먼저 맞고 신청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제 아내는 65세에 몇 달 모자라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엊그제 신청을 했는데 오늘 승인 문자가 왔습니다. (어떻게 승인이 났는지 사실 좀 의아합니다.) 접종 예약을 하려다 보니 제가 예약할 때와는 달리 사흘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제 경우는 아무 때나 가능했거든요. 그동안 예약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어쩔 수 없이 12/27일 저보다 먼저 백신을 맞습니다. 제가 먼저 맞고 결과를 보고 나서 맞으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거꾸로 되었습니다.


저녁나절에 한참 손위이신 교민 한 분이 전화로 백신 접종신청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왕세자도 맞았다는 기사를 보셔서 마음이 바뀌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아내가 백신 맞고 이어서 제가 맞고, 또 2차 접종에 이르기까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계속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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