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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Dec 28. 2020

[사우디 이야기 26]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2

사우디 이야기 (26)

오늘(12/27) 아랍뉴스에 전날 왕세자인 MBS가 백신을 맞은 보도가 나간 이후로 신청자가 5배 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래서 12/24일까지 신청자가 50만 명이던 것이 오늘 현재 70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50대 중반의 동료가 엊저녁에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군요. 제게서 앱으로 백신 접종을 신청했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신청했더니 승인 문자가 왔더랍니다. 제 아내도 해당 연령이 되려면 아직 몇 달 있어야 하는데도 승인이 되어서 의아했는데, 50대 중반까지도 승인을 내준 겁니다.


짐작하기로는, 접종 신청자가 50만 명이나 되었지만 접종 승인이 났는데도 예약을 하지 않고 모두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에 접종할 양은 정해져 있는데 승인을 내줘도 접종하겠다고 예약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이가 해당되지 않아도 모두 승인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왕세자가 접종한 이후 신청자가 급증했고, 따라서 예약자도 함께 늘었을 것으로 생각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이 많아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앱을 통해 백신 접종대상자 등록을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등록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등록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앱스토어에서 <Sehhaty> 앱을 받아 설치함

2) 등록; 이까마 번호ㆍ생년월일ㆍ전화번호 입력 후 등록된 전화번호로 오는 코드로 접속

3) 접종신청; <COVID-19 Vaccine>으로 들어가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 답한 후 신청

4) Sehhaty에서 승인 문자를 받으면 <COVID-19 Vaccine>으로 들어가 예약 날짜 지정

5) 예약 날짜를 지정하면 확인 문자가 다시 오고, 앱에 들어가면 해당 날짜가 보임

6) 해당 날짜를 클릭하면 QR코드가 보임 


지금 사우디에서 접종하는 것은 ‘화이자 백신’으로 2회 접종해야 끝납니다. 예약할 때는 첫 번째 접종일자만 선택하고, 2차 접종일자는 (2주 후 쯤으로) 자동으로 결정됩니다. 등록할 때 부양가족을 함께 등록할 수 있는데, 대상은 아들ㆍ딸 뿐입니다. 성인은 각각 자기 스마트폰을 통해 등록하고 날짜를 예약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백신 접종 신청은 제가 먼저 했는데 날짜는 제 아내가 먼저 잡혀서 오늘 접종을 마쳤습니다. 리야드 지역은 Ring Road Exit 10 근처 국제전시장(Riyadh International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에 접종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간제로 예약을 받아서인지 주차장도 여유가 있고 접종소도 그다지 붐비지 않습니다. (예약날짜를 문자로 알려줄 때 접종소 위치 좌표도 함께 보내주니 구글지도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접종소가 있는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QR코드와 이까마를 확인합니다. (동반자도 입장이 가능하고, 접종할 때 함께 있어도 됩니다.) 실내로 들어가면 등록창구가 있는데, 거기에서 다시 QR코드와 이까마를 보여주면 티켓을 발부합니다. 이후에는 요원의 안내를 받으면 됩니다. 곳곳에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고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됩니다. 



먼저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 요원이 접종소로 안내합니다. 접종할 때 치료받는 게 있는지, 알러지는 없는지 물어봅니다. 접종을 마치고 나면 옆 대기실에서 15분 대기하면서 쇼크가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15분이 지나면 요원이 이름을 확인하고 내보냅니다. 



제 아내도 접종하고 몇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엊저녁 백신을 맞은 저희 동료도 24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Al Arabiya가 접종자(volunteer)가 44만 명이라고 보도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오늘 접종소에 가서 보니 오보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접종소는 리야드 전시장과 제다 공항 두 곳입니다. 동부는 곧 문을 연다고 합니다. 제다 공항은 운영한지 2~3일 정도 되었습니다. 결국 그동안 이루어진 접종은 대부분 리야드였을 텐데, 오늘 상황으로 시간 당 100명을 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휴일 없이 접종을 하고 있으니 오늘이 11일째인데, 하루 1천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1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로 냉동 보관해야 하니 일반 병원에서는 접종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것과 같은 별도의 접종시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우디에 13개 주가 있고, 리야드나 제다 같은 큰 도시에 복수의 시설을 마련한다 해도 사우디 전체로 볼 때 접종시설은 20개를 넘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니 하루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인원은 2만 명 정도로 예상합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전체 인구의 60% 정도는 백신을 맞아야 한답니다. 그러니 적게 잡아도 접종 인원이 2천만 명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2천만 명이 두 번씩 맞으려면 모두 4천만 회 접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전체 인구의 60%가 맞으려면 2천 일이 걸리겠네요. 5년이 넘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화이자 백신의 효력이 얼마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길어도 1년, 짧게는 3개월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방식으로 백신을 접종해서는 도저히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처럼 일반의약품 보관온도와 같은 온도로 저장할 수 있는 백신이 도입되고, 그래서 병원마다 백신을 접종하는 상황이 되기까지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겁니다. 비록 일찍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기다린다고 차례가 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편법을 쓰라는 것은 아니고 자기에게 해당된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백신 접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챙겨보실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 지내면서 이번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보느니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기폭제가 되어서 앞으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모두 이처럼 조직적으로, 물 흐르듯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아무튼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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