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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10.19 (수)

by 박인식

비행기에서 내린 곳이 인천공항이어서 편안했다.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마음이 놓였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에게 다녀올 때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이들 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야드공항에 내려 탁하고 후끈한 열기와 맞닥뜨리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얼굴이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과 씨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마음이 무거운 게 아이들을 두고 와서 그런 줄 알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삶이라는 게 워낙 그런 것인데.


아이들을 보러 한국에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아이들과 헤어져 돌아온 곳이 한국인 것도 처음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돌아와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편안했고 아이들을 두고 돌아서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집에 돌아와 짐 정리하고, 청소하고, 일상의 자리에 앉았다. 편안하다. 머리 좀 자르고, 미뤄놨던 치과 치료도 하고, 아이들에게 가기 전에 신청했던 신간이 도서관에 입고되었다니 그것도 읽고.


책 읽고 리뷰 쓴 것이 백오십 편이 넘어가자 욕심이 생겼다. 천 편을 채우리라. 팔백오십 편이 남았으니 매주 하나씩 쓴다면 16년 남짓. 공교롭게 우리 국민 기대수명과 같은 나이가 된다. 그런데 아이들과 노느라 두 달 동안 세 권 읽고 리뷰 세 편을 썼다. 이렇게 넋 놓고 놀 일이 자주 있지는 않겠지만 가끔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걸 대비해 한 달 예닐곱 편은 써야 하겠구나. 도서관에 신간 신청하고 읽지 못한 책부터 우선 섭렵하고, 저자 서명 받을 책은 주문해 읽고. 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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