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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Dec 18. 2022

네옴에 덤벼들기 전에 (4)

누가 들어가 살 것인가


네옴의 핵심인 ‘더 라인’은 높이 500미터 너비 200미터 길이 170킬로미터의 직선 건축물이다. 누구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규모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비현실성을 지적한 바 있다. 사우디 정부는 여기에서 살 인구 규모를 2026년 45만 명, 2030년 150만 명, 2045년에는 900만 명으로 계획하고 있다.


사우디는 인구증가율이 연 2.5%이고 35세 미만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인구 잠재력이 대단히 큰 나라이다. 그런데도 사우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500만 명이던 인구가 2021년 중반 3,41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 열쇠는 외국인에게 있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3,341만 명 중 1,264만 명이 외국인인데, 그 중 25-55세 남성이 630만 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외국인 남성은 896만 명, 여성은 398만 명으로 남성이 여성 두 배에 이른다.) 당연히 취업을 위해 입국한 것으로, 그 중 상당수가 코로나로 인해 귀국하게 되어 사우디 전체 인구 감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우디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지표를 보면 놀랄만한 요소가 많다. 2018년 전체 취업자는 1,254만 명으로 성별로는 남성 1,038만 명, 여성 214만 명이며, 국적별로는 사우디인 311만 명, 외국인 943만 명이다. 외국인 취업자가 사우디 취업자의 3배가 넘는다. 이 중 독특한 것은 외국인 취업자의 26%인 245만 명을 차지하는 가사노동자(domestic worker)의 존재다. 이들은 가정에 취업한 운전기사와 가정부인데, 월급이 사우디 최저임금의 절반인 60-70만 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들은 취업비자도 일반 외국인과 다르고, 가족도 동반할 수 없으며, 보다시피 통계도 따로 낼 정도로 위상이 열악하다.


다른 외국인들도 대부분 사우디 최저임금 수준 근처에서 맴돈다. 한국인 취업자는 외국인 중 거의 최상위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사정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사우디 지방정부의 쓰레기 처리 관련 컨설팅을 해왔는데, 아마 그 분야 취업자가 외국인 중에서도 최하층이 아닐까 싶다. (사우디인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거리 청소부는 숙식 제공하고 월급이 120달러였다. 말이 좋아 숙소이지 축사라고 해도 그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우리가 한동안 국민주택사업을 추진한 일이 있었다. 사우디는 국민주택 기본형이 180평방미터이었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120-180평방미터(36-55평)로 하향 조정되었다. (한국 국민주택 기준은 85평방미터이다.) 사우디는 분양가의 85%까지 주택부에서 융자를 해준다. 문제는 주택자금 펀드 외형은 큰데 상환이 극히 저조해서 실제 펀드에 들어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고, 주택부에서 융자한 금액을 건설사에 지급하는 조건이 매우 불리해서 도중에 접었다. 사우디인들이 생각하는 주택 크기가 우리 두 배 정도이고, 융자금 상환이 매우 저조하다는 말이다.


사우디는 면적이 220만 평방킬로미터로 남한 면적의 22배에 이른다. 우리의 2/3에 불과한 인구가 22배나 넓은 곳에서 산다는 말이다. 사우디에는 모두 13개 주가 있지만 그 중 2/3가 수도인 리야드, 옛날 수도였던 제다를 중심으로 한 메카, 석유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동부, 이렇게 세 군데 몰려 있다. 결국 다른 지역에서 네옴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대부분 이 세 지역 사람들이 네옴에 유입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세 지역의 인구 2,300만 명 중 40%가 네옴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사우디 정부가 네옴 입주할 주민의 50%를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라는 보도가 보인다. 그 전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별도의 장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이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더 라인’은 초고층 건축물인 만큼 주택 분양가는 일반 국민주택 분양가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낮게 잡아도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 한국의 인당 GDP는 34,757달러이다. 사우디는 이의 2/3인 23,585달러이다. 나는 사우디에 사는 외국인 대부분 뿐 아니라 사우디인 대부분도 네옴의 주택을 분양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우디 국민주택이 왜 85% 정부 융자를 전제로 추진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너무도 분명하다.


결국 그곳에 들어갈 주민의 절대수를 채우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그 주민들이 분양가를 감당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부 융자에 의존한다면 정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사실 이렇게 비현실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게 그다지 낯선 일도 아니다. 리야드 순환도로 Exit 4 근처에서 2017년 문을 연 킹압둘라금융지구(KAFD)는 중동 유수의 경제지인 MEED가 세계 최대 금융지구라고 인정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건설 당시 금융지구에 건설될 사무실 연면적이 리야드에 있는 사무실 전체 연면적에 버금갈 정도라고 했다. 그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울까 염려스러웠지만, 설마 발 뻗을 곳도 살피지 않고 일을 벌였겠나 싶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작년 이맘 때 리야드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중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네옴의 미래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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