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시작한 이후로 편안한 마음으로 외출하지 못한다. 교회 가고 운동하는 일 빼놓고 어지간한 일은 다 미뤄두었다. 아마 계약한 일을 시간 안에 제대로 마쳐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인사도 할 겸 출판사에 다녀왔다. 모처럼 문안을 고향으로 둔 동향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탁 트인 회의실 창문으로 약현성당이 가득하게 들어온다.
본당 문이 닫혀있어 잠시 망설이다 살며시 밀어보니 열린다. 아이 하나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도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 열어 놓지 않는 교회가 널렸고 교회가 거룩한 곳이라며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일이 다반사이니 말이다. 잠시 기도하고 고개를 드는데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들어오는 햇살이 무척 따듯해 보인다.
본당에서 내려오는 언덕에 예수께서 십자가 고난당하신 것을 묵상하는 비석이 줄지어 서있다. 문득 예수께서 요즘 성서비평에 빠져 지내는 내게 뭐라 그러실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잘하고 있다 그러실까, 아니면 자~알 하고 있다 그러실까.
햇살에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담기엔 모바일 카메라가 너무 시원찮다. 칼라사진이 흑백사진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