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1.21 (토)

by 박인식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물을 무서워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장 옆집에서 십 년 넘게 살면서 몇 번이나 배워보려 했고, 몇 번 코치에게 배우기도 했다. 끝내 ‘몸에서 힘을 빼는’ 게 안 돼서 접었다.


몸에서 힘을 빼야할 때 오히려 몸이 굳어져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게 어디 수영뿐일까. 그런데 이제 조금씩 힘을 빼는 게 되어간다. 요 며칠 잔뜩 긴장하며 지낼 일이 있었는데 결과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사는 길이 열리겠지 싶었다. 내 의지 내 계획과 상관없이 이 나이까지 흘러오지 않았나. 그렇게 흘러와서 닿은 지금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고. 세월 탓인가, 책임에서 벗어났기 때문인가. 하긴 그 말이 그 말이겠다. 세월이 흐르면 책임에서 벗어나는 게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몸에서 힘을 빼는 게 되니 뭘 해도 편안하다. 이참에 수영에 다시 도전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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