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4.19 (수)

by 박인식

어제 막내아우가 굳이 출근 전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한 시간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 일곱 시도 되기 전인데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언제 코로나가 있었는지 싶다. 열세 시간 반을 가야 한다니 하품부터 나온다. 이젠 유럽 가는 게 뉴욕 가기만큼이나 멀다. 작년에도 같은 길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고단하다.


공항에 마중 나온 큰 애는 한 해 사이에 몰라보게 자랐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느라 제 엄마 노고가 많다지만 일단 겉으로는 평온하다. 폭탄이 되었다는 작은 애는 할아버지 머리가 왜 까매졌냐고 묻는다. 먹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는데, 뭘 알고 끄덕였는지. 저녁 먹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왔으니 굳이 자기가 기도해야 한단다. 방에 올라가니 큰 애가 만들어놓은 환영 카드가 반긴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더없이 맑다. 맑은 하늘이 새삼스러운 걸 보니 서울 하늘이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서울에 돌아와 일 년 넘게 지내는 동안 이렇게 맑은 하늘 본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니.


작은 애 유치원에서 데려오는데 빵집 한 곳, 놀이터 한 곳, 문방구 한 곳 들러 한 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첫 날이라고 피곤할까봐 봐주는 건지. 작년에는 업어준다고 해도 싫다더니 올해는 업으라, 안으라 떨어지지를 않는다.


한 달 반쯤 지내다 갈 생각이다. 작년에는 보복여행이라 할 만큼 이곳저곳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올해는 그저 아이들 챙기고 책이나 읽다 갈까 싶다. 작은 애가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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