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4.20 (목)

by 박인식

큰애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 되어서 버스정거장에 마중을 나갔다. 버스에서 내리다 나를 보고는 두 팔을 벌리고 뛰어와 품에 안긴다. 기다리는 줄 알면서도 볼 때마다 그렇게 반가운 모양이다. 유치원 마당에서 놀다가 데리러 간 우리를 보고 두 팔을 벌리고 뛰어와 품에 안기는 건 작은애도 똑같다. 큰애가 서너 살 때쯤이던가, 공항에서 우리를 보더니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달려오는 걸 보는데 콧등이 시큰했다. 뭘 안다고 그렇게 반가웠을까. 아이들이 뛰어오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품에 안기면, 아이들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마음이 충만하다. 뭔가 더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말이다.


젊었을 때 늘 현장에서 현장으로 떠돌았다. 어쩌다 집에 오면 아이가 부쩍 자라 있었다. 그렇게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아이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엄부자모(嚴父慈母)가 당연한 것으로 알았고. 손녀를 얻고 나서야 내가 아버지로서 낙제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내가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이번에는 아예 아이들 하고만 시간을 보내다 갈 생각이다.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건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 버릇 버려 놓는다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럴 지도 모른다. 내내 함께 사는 것이라면. 교회학교에서 아이들과 오래 지내다 보니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어디 부모가 아이 숨 못 쉬게 틀어막고 있다는 말 이기야 하겠나. 아이들이라고 그게 계속되는 일이 아닌 줄 왜 모를까. 이제는 혜인 아범도 그러는 나를 그냥 놔둔다. 그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아이들인데 하룻밤 자고 나니 그저 늘 같이 있었던 것 같이 여상하다. 신기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고.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 신기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가고, 우리는 늙어가고, 그러다 별이 되겠지.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떤 모습으로 살던 그게 뭐 중요한 일일까. 자기가 행복하면 됐지. 이곳이라고 경쟁이 없을까마는, 한국에서 아이들 대부분이 쫓기다시피 바쁘게 사는 걸 보니 그냥 이곳에서 자랐으면 좋겠다. 한국에 돌아오면 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쁠 텐데, 지금처럼 제 아빠와 뒹굴 시간도 없을 텐데. 뭐,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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