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근력운동의 중요성
김헌경
비타북스
2019년 6월 5일
지난 연말에 갑자기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집 앞에 언덕을 오르는 것도 점점 더 힘겨워졌다. 어떻게 해서든 하루 만 보는 채우려고 하는데 걷는 것만으로는 운동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하더라.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이 중요하다고도 하고. 이래저래 동네에 있는 헬스장에 일 년치를 등록했다. 사실 그것보다는 야금야금 늘어나는 체중 때문이기도 했다. 등록하고 넉 달 가까이 일주일에 엿새 정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몸은 가벼워졌는데 체중은 오히려 늘었다. 두세 자리를 오르내리던 것이 이젠 아예 두 자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트레이너에게 물으니 근육이 늘면 체중이 느는 게 당연하단다. 식사량 조절하고 운동 빼먹지 않으면 체중은 신경 쓰지 말란다.
우리나라 사람들 평균수명이 여든셋이고 남성 평균수명도 여든을 넘겼다고 한다. 이십 년 사이에 수명이 십 년 가까이 늘어난 것까지는 좋은데 건강수명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니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그 늘어난 기간을 누워서 지낸다는 것이니 본인이나 가족에게는 그저 고통일 뿐이다. 사회에 아무 것도 기여하지 못하는 것도 민망한데 짐이 되어서야 되겠나 싶어 몇 년 전부터 사는 동안 내 발로 걷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가능한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애쓰고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인 저자는 65세 이상 노인 5만 명의 건강상태에 대한 이십 년 가까운 추적조사 결과를 연구하고 있고 2008년부터 75세 이상 노인 1천3백 명을 추적조사하고 있다. 그는 “노인건강의 목표는 질병 유무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보행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 근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낙상, 보행장애, 근 감소, 허약, 요실금’을 5대 노년증후군으로 꼽는다. 결국 노인건강은 넘어지지 않고, 자기 발로 걸으며, 근력을 유지하고, 화장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 모든 문제는 근력저하가 원인인 것이니 결국 노인건강은 근력을 키우는데 달려있는 셈이다.
지난 십 년 가까이 지나치다고 할 만큼 걷는 일에 집착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걷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저자는 걷는 운동이 혈액순환 촉진, 신진대사 촉진, 생활습관병 예방, 다이어트 효과, 스트레스 해소, 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노화의 가장 큰 부분은 근 감소인데, 근 감소는 근력저하-보행기능 저하-활동량 감소로 이어지며 활동량 감소가 다시 근력저하를 유발함으로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리고 근력저하는 앞서 언급한 5대 노년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해법은 근력운동으로 모아지는 셈이다.
노인이 근력운동을 한다고 근력이 향상되겠느냐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노인이 근력운동을 할 경우 근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향상되지 않는다는 이론은 틀린 것이라고 단언한다. 노인도 근력운동을 계속하면 한만큼 향상된다고 말한다. 이제 넉 달 정도 근력운동을 했으니 그로 인해 향상된 근력이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력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향상되었고 그것이 지속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일단 시작할 때 비해서 운동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강한 강도로 짧게 운동해서 얻는 효과나 약한 강도로 오래 운동해서 얻는 효과가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약한 강도로 짧게 운동하다가 근력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가면 강한 강도로 짧게 운동하는 젊은이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력운동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 저자도 운동하다가 힘겹다는 생각이 들면 무리하지 말고 거기서 멈추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서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라는 말이다.
저자는 각 근육의 기능을 설명하며 그 근육이 유지되지 못할 때 신체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겨우 그게 노인건강의 전부라는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한 여러 근육의 기능 중 이와 관련한 근육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경골근(前脛骨筋); 정강이 주변 근육. 발끝을 위로 잡아당긴다. 이 근육이 약화되면 보행할 때 발끝이 잘 들리지 않으며, 그 결과 낮은 장애물에도 걸려 넘어진다.
○ 하퇴삼두근(下腿三頭筋); 종아리 근육. 발목의 움직임을 좌우한다. 하체에 몰려 있는 혈액을 펌프질해서 심장으로 보내기도 해서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이 근육이 약화되면 발끝으로 지면을 밀지 못해 보행에 힘이 없고 보폭이 좁아질 뿐 아니라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심장에 무리가 간다.
○ 장요근(腸腰筋); 허리와 골반, 엉덩이를 따라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근육. 달리기 할 때 허벅지를 들어올린다. 이 근육이 약화되면 걸을 때 다리가 높게 올라가지 않아 보폭이 좁아지고 중심이 낮아져 보행속도가 느려지며, 이로 인해 발이 걸려 넘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 대퇴사두근(大腿四頭筋); 허벅지 앞부분의 큰 근육. 나이 들면서 근 감소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육으로 다리를 펴거나 구부린다. 걷거나 일어서거나 바닥의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가장 큰 힘을 낸다. 이 근육이 약화되면 몸을 지탱하는 모든 동작이 위태로워진다.
○ 내전근(內轉筋); 허벅지 안쪽 근육. 다리는 모으거나 골반을 안정시킨다. 이 근육이 약화되면 다리를 모으고 앉기가 힘들어지고 (쩍벌) 걸을 때 팔자걸음이 심해진다. 두 발의 각도가 많이 벌어질수록 보폭이 좁아져 보행이 힘들어진다. 또한 소변 마려울 때 참지 못하는 배뇨장애의 원인이 된다.
얼마 전에 노인의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정희원 교수가 삼프로TV에 나와 노인질환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왜 제대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강의한 일이 있었다. 여러 가지 깨달은 바가 있어 정희원 교수의 <지속가능한 나이듦>을 읽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정 교수의 신간인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궁금했는데 대출 중이어서 아직 읽지 못했다. 그는 강의에서 노인건강에 무엇보다 근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했다.
노인에게도 근력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구체적인 이유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각 근육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근육의 기능이 약화될 경우 우리 신체에 일어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각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방법을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으니 굳이 그것을 그만둘 것이 아니라 저자의 강조점을 잘 살펴 지금 하고 있는 근력운동에 적용시킬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 중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팁 몇 개를 정리한다.
○ 근력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주 약한 강도의 활동부터 시작한다. 운동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간단한 체조에 가깝다. 그것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고 의심할 수 있지만, 이 단계에서는 운동의 효과를 느낄 정도를 목표로 잡는다. 운동의 효과를 경험하면 아무리 허약한 노인이라고 해도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운동을 잘 할 수 있다.
○ 기본적으로 허약한 노인은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 단백질 식품은 근육의 재료가 되므로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더 빨리 줄어든다. 노인이라고 해도 근육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근육량이 1~2킬로그램 정도 늘어난다.
○ 걸을 때 양발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평소보다 보폭을 10센티미터 넓게 딛는다. 보폭이 증가하면 보행속도가 올라가고 다리에 받는 압력이 증가한다. 다리 근육이 활성화되어 하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체 근력이 강화되면 무릎 통증도 완화되는데, 이는 관련 근육이 같기 때문이다. 특히 하체 근육 강화 훈련을 하고 동시에 40도 정도로 열 찜질을 하면 무릎 통증에 더욱 효과적이다. 발뒤꿈치부터 착지하여 뒤에서 앞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다리를 확실히 뒤로 걷어 차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는 경우는 무리해서 걷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의자에 앉는 경우 다리를 꼬고 앉으면 골반이 뒤틀리기 때문에 반드시 양 발바닥은 땅에 붙인다. 새우등을 하고 허리가 등받이 닿은 채로 앉지 않는다. 엉덩이를 깊게 넣어 앉으면 어깨가 굽기 쉬우므로 자세에 신경을 쓴다. 가슴과 등을 펴고 허리와 허벅지는 직각을 유지한다.
○ 설 때는 상체 근육과 하체 근육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나쁜 자세를 오래 지속하면 근육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서 있을 때 새우등이 되지 않도록 의식하면서 배를 앞으로 내밀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