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5.26 (금)

by 박인식

오랜 고질병이 하나 있다. 전정기관 이상인가 메니에르인가 아무튼 심한 어지럼증인데, 한 번 도지면 눕는 것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며칠씩 고생했다. 두어 해에 한 번씩 도지던 어지럼증이 귀국하기 얼마 전에는 한 해에도 몇 번씩 그런 일을 겪어야 했다. 오늘 평생 의사로 지낸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그게 압박감 때문이었을 거라고 그런다. 생각해보니 일 그만 둔 이후로 한 해 반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내게 그런 고질병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살았다.


일하는 동안에는 싫건 좋건 필요한 대로 맞춰 살아야 했다. 일 그만 두고 나니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친구도 그렇다.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그냥 만나 굳이 뭔가 말하지 않아도, 한 잔 부어놓고 주거니 받거니 실없는 소리해도 아무 흉이 되지 않는 친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가뭄에 콩 나듯 만나지만 만나서 실없는 소리나 해도 마음 편한 친구가 하나 있다. 둘이 만나면 둘이 만나는 대로, 다른 친구와 함께이면 또 그런 대로, 부인들과 함께 해도 그것도 좋다. 친구가 되려면 비슷해야 할 것이 라이프스타일 뿐 아니라 와이프스타일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다행히 부인네들끼리도 불편해 하지 않아서 함께 몇 번 만났다.


뜻하지 않게 독일에서 만나 이틀 째 함께 시간을 보냈다. 친구 부인은 이곳저곳 가보고 이것저것 살피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는 한 곳에 편안히 앉아 느긋하게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두 사람이 모두 좋아할만한 곳을 찾았다. 그동안 친구 내외는 라인강변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면서도 고성을 올려다보기만 했단다. 오늘은 그곳에서 라인강을 내려다보며 골짜기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느긋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며칠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친구 내외와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내일 혜인 아범이 안내해 비스바덴 극장 구경하고 친구 내외는 나머지 보름 여행을 시작한다. 내내 무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지럼증의 원인이 스트레스였을 거라고 알려준 이 친구는 치과의산데, 치과 의사가 그런 거 막 진단하고 그래도 되지 건지, 그 진단을 믿어도 좋을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어느 영화에서는 안과의사가 응급 환자를 처치한다고 나서기도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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