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5.30 (화)

by 박인식

큰애는 워낙 어려서부터 살가웠다. 그래서 만나는 첫날부터 저 아이를 어떻게 떼어놓고 갈까 걱정이 되고 돌아올 때는 마음이 천 근 같았다. 아이도 매번 눈물을 보여서 나중에는 돌아올 때 공항에 따라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작은애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둘째는 모두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자식이 하나뿐이라 둘째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러려니 하면서도 매번 섭섭해 한다. 나는 그렇다고 치고, 있는 동안 함께 자면서 지극정성을 쏟은 제 할머니에게도 손 한 번 흔드는 것으로 끝이다.


작은애는 아예 내가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 제 할머니 따라서 잔소리를 해대고, 필요할 때는 벼락같이 소리를 질러 부르면서도, 아쉬운 게 없을 때는 언제 그랬냐 한다. 처음에는 유치원에 갈 때 할머니랑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안 통할 것 같으니 쉽게도 포기한다. 한동안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들러 두어 시간씩 진을 뺐는데, 요즘은 롤러(킥보드) 타는 재미가 들려서 유치원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내뺀다.


그러던 작은애가 지난주부터 안하던 짓을 한다. 끝날 때 데리러 가면 노는데 정신이 팔려 집에 가자고 해도 들은 척 만 척 하던 아이가 두 팔을 벌리며 뛰어와 품에 안긴다. 오늘은 귀에다 대고 보고 싶었다고 그런다. 왜 마음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갈 때가 되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엊그제 큰애에게 제 아범 공연 마치고 전화를 해서 아내를 바꿔달라니 할머니가 주무신다고, 고단해서 깨울 수 없다고 안 된단다. 할아버지가 이야기 할 게 있어서 그렇다는 데도 요지부동이다. 서너 번 이야기하다가 결국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아, 저 아이는 이곳 아이로구나. 너무나 당연한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손녀들도 이젠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나이를 넘어서는구나 싶었다. 섭섭함보다는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다.


작년에도 두 달 가까지 와있었지만 이래저래 같이 있었던 것은 한 달이나 될까. 이번에는 오직 아이들하고만 지내다 가겠다고 마음먹고 왔다. 아침에 큰애 버스정거장까지 가방 들어다 주고, 작은애 유치원 데려가고 데려오고, 오후에 학교 파하고 오는 큰애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가는 게 일과이자 즐거움이었다. 간혹 이곳저곳에 돌아다녔어도 늘 아이들과 함께였다. 덕분에 모처럼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음 주면 돌아간다. 칠월에 아이들 이모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오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겠다. 아이들과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처음이어서 마음도 설레고. 아이들과 갈 곳도 많고 해볼 것도 많고.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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