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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ug 15. 2023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

페이지투북스

2023년 4월 17일


얼마 전 유튜브 경제방송에서 중국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은 확정된 사실로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며, 이 경우 미중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사드를 무력화시켜야 하므로 한국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대만 전쟁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묶어놓기 위해서 북한이 대규모 군사적 소요를 일으키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이 전쟁을 휘말려들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놀랍게도 우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기간에 북한을 점령해 중국 국경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 갈등이 더 격화될 경우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우리도 그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왔으니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그 해법이 우리가 북한을 선제공격해 중국과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미처 짐작조차 해보지 못한 경악할만한 것이다. 그가 방송에서 주장한 논리를 정리해 책으로 냈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 소개를 살펴보니 정치외교와도 무관하고 군사전문가는 더욱 아니다. 산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엔지니어란다. 대만인 아내와 중국에서 30년 넘게 살아왔다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예언하고 우리 입장에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저자는 이렇게 자기주장을 펼쳐놓고 책 말미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확실한 근거나 증명 없이 모두 만일이라는 전제를 달라서 하는 상상의 세계’라고 한 발 뺀다. 자신은 작가이니 무슨 상상인들 해보지 못하겠느냐고 말하는 것이다. 전쟁 공포를 잔뜩 조성해놓고 책 끝날 무렵에 스스로의 주장을 상상의 산물이라고 희화화하는 그의 무책임한 태도에 허를 찔린 느낌이다. 그런 의사를 책 서두에 언급했더라면 읽을지 말지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 다 읽고 난 후 저자의 이런 언급을 대하고 나니 속은 느낌마저 든다.


중국이 왜 대만 합병에 그렇게 집착하나?


나는 대만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왜 중국이 대만을 합병하는데 그렇게 목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가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해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사회주의 현대국가 건설을 위해 두 번의 100년 목표를 전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이 첫 번째 100년이며 두 번째 100년은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의미한다. 이 현대 사회주의 강국은 바로 통일 중국이다. ... 2022년 중국은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 통일 사업>이라는 백서에서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과거 명시했던 중앙정부는 통일 후 대만에 군인과 행정인력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삭제했다. 평화적 통일 원칙을 버린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생각을 버릴 리 없고 미국 또한 중국이 대만을 통합해 북태평양의 패자로 나서는 것을 좌시할 생각이 없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라면 대만 침공은 미중 전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저자의 설명으로는 중국이 그런 후폭풍을 무릅써가면서까지 대만을 합병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 명분을 세우기 위한 일이라면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 크지 않은가 말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뭔가 선택을 하려면 득실을 따져보는 게 순서일 텐데. 그렇다면 혹시 미중 전쟁을 감당할만한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그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저자는 중국과 대만 국민당 정부가 체결한 1992 합의는 대만 기업과 국민들이 중국 대륙에 진출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대만 정부의 목적과 대만을 경제적으로 종속시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한 중국 정부의 목적이 맞아떨어져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지만 동시에 “양안의 비즈니스 협상은 정치적 문제와 관련이 없어야 하며 하나의 중국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관할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고도 했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중국이 이 합의를 이용해 대만을 경제적으로 대륙에 종속시키려고 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다면 그건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런데 그것이 왜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대만을 합병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대만의 정체성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지금 중국을 중공이라고 했고 중국의 정통성은 대만으로 건너간 장개석 정부에 있다고 생각했다. 유엔 안보리 회원국도 대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중공이 중국이 되고 장개석 정부의 중국은 대만이 되었다. 그러니 대만이 그런 중국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만에는 원래부터 살던 대만 사람이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대만 국민당은 대륙에서 넘어간 외성인이 중심이며, 대만의 정체성을 중국인으로 생각한다. 반면 현재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전부터 대만에 살던 내성인이 주류이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성인은 주로 대만 중부와 남부에 거주하며 농민이 많다.”


“2010년 양안의 경제협력이 확정되자 중국은 대규모로 대만 농산물을 수입해갔다. 각 지방 정부는 자체 예산을 동원해 많은 인민을 대만으로 관광 보냈다. 대만을 같은 중국으로 취급해 농산물, 수산물, 공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민진당이 집권하자 중국은 대만에서 농산물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지했다. 관광객도 보내지 않았다. 중국이 예상한 대로 대만의 경제, 특히 민진당의 지지기반인 농민들의 타격이 컸다.”


“대만사람들은 홍콩에서 일어난 일을 지켜보면서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일국양제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대만사람들은 중국이 홍콩을 탄압하고 시민의 자유를 파괴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의 대만 자치 인정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2022년 통일을 원하는 사람은 10%가 되지 않는다. 30년 전에는 대만사람들의 25%가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했지만 이제 대만사람들의 2%만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대만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60%가 넘는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건너온 ‘외성인’은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성인’의 후손조차 ‘내성인’의 정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로 들린다. 후손 대부분은 선조들과 달리 자유를 누리는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홍콩을 탄압하는 중국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 중국의 일부가 되는 ‘통일’을 원하지 않게 마련이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화될 것이니 앞으로 중국인 정체성을 가진 국민당의 영향력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겠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중국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에 대한 사전조치 없이 대만을 공격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과 협의해 한반도에 대규모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것이다. 한국군이 미사일을 멀리 공해에 쏘는 정도로는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기북부와 강원북부에 수백 발의 방사포를 쏘는 것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긴장할수록 북한과 그 뒤에 있는 중국의 목적이 달성된다.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이 움직이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결코 원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도발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대만 공격을 위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모두 매어둘 수 있는 대규모 군사적 소요사태를 원한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 내륙의 항공기와 미사일 움직임을 파악하고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하고 격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이 중국의 2차 핵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 핵공격과 2차 보복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유효한 핵공격을 하기도 어렵고 2차 보복을 가하기도 어렵게 된다.”


저자는 중국-대만 전쟁 워게임에서 대만은 초기에 해군과 공군을 잃고 영토 또한 수개월 내에 완전히 점령되는 것으로 나타나며, 대만이 점령되면 당장은 하와이, 괌, 사이판이 위기를 맞고 이어서 일본,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호주까지 위기가 전파되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아시아와 미국 간의 공급망이 당장 문제가 되며, 특히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이 끊기면 미국은 너무나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 역시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경우 중국은 한국과 군사적 적대국이 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한국이 적대국이 된다는 것은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사드를 공격해야 한다. 한국의 사드가 존재하는 한 중국군의 미사일 공격이 모두 탐지되고 중국이 미국에 2차 보복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드가 공격을 받으면 주한미군은 당연히 중국을 반격할 것이고 주한미군 전체가 이 전쟁 뛰어들게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주한미군의 군항인 평택항을 비롯해 군사지역,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산업 인프라, 교량, 댐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최대한 한반도에 묶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전쟁에 돌입하면 북한은 조중군사동맹에 의해 자동 참전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북한과 중국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미중 전쟁과 관련한 각국의 이해타산


“영국은 여러 동맹과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의 전쟁에 참여할 국가다. 영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향후 10년 영국에 대한 최대 위협은 중국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기 가장 쉬운 길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 길을 노력해왔고 드디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것 외에도 센카쿠열도와 같은 영토 분쟁을 해결하고, 북한과 같은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며, 동북아에서 미국 최대 동맹국이 되어서 유럽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것과 같은 지위를 얻으려 할 것이다. 군수물자 판매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보조적인 역할인 경계, 정보전, 수송, 보급 지원 등을 고려하는 것이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최전방에 나서서 싸울 생각은 없어 보인다.”


“호주는 미국의 든든한 동맹으로 서남태평양을 지킬 것이다. 뉴질랜드가 참전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후 아시아 및 남태평양에서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호주의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일본과 미묘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분쟁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 전선을 확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는 중국과 같은 대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실제로 군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크지 않다. 단지 외교적으로 명분을 얻을 수 는 있지만 중국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피해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호주나 미국과 대립할 가능성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이런 뉴질랜드의 입장을 양해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계속될수록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에 나서야 하지만 영토 분쟁과 같은 군사적 전략적 차원에서는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이는 아세안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중국의 남수북조 프로젝트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의 젖줄인 메콩강의 수량이 현저하게 감소되었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겐 존망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들 국가의 매콩강 원상복구나 수량회복에 대한 요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야말로 대규모 수자원 부족으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입게 될 피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해 설립한 기업과 보유자산은 몰수되거나 합작회사의 중국 파트너들이 운영할 것이다.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투자한 금융상품이나 주식들도 몰수될 가능성이 크다. 한중 무역은 중지될 것이고 당장 공급받던 식자재와 원자재, 부품과 원료 공급이 중단될 것이다. 당장 동네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으로 수출 길도 앙연히 막힌다. 미중 전쟁이 일어나고 한국이 휩쓸려 들어갈 때 한국의 경제는 마비 상황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저자는 스스로 이 책에 언급한 내용이 확실한 근거도 없고 증명도 없이 오직 만일이라는 전제를 달아 상상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웃고 넘기거나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보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무리해 보이는데 저자의 추론은 딱히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적이다.


마침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그리고 그로 인해 한반도가 감당해야 할 영향에 대해 서술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그레이엄 엘리슨이 쓴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이다. <이미 시작된 정쟁>보다 5년 앞서 출간되었으니 최근의 변화를 담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미중 경쟁을 바라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에 이어 그 책을 읽고 두 책의 공통점과 상이점을 함께 생각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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