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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an 30. 2024

2024.01.24 (수)

이스탄불 여행기

이슬람 종주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도, 하루 꼬박 다섯 번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이슬람이 이들에게 어떤 종교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슬람과 관련한 여러 사건을 지켜보면서는 이슬람이 종교인 것이 맞는지 싶은 생각마저 든 일도 있다. 모두들 중동 갈등을 종파 갈등으로 이해하지만, 순니파와 시아파가 그렇게 치열하게 충돌할 만큼 차이 나는 교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중동 갈등에서 이슬람이라는 요소를 걷어내고 나도 충돌 양상이 달라지지 않는 걸 보면서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왕정을 몰아내고 이슬람 혁명정부를 세운 이들이 이슬람 혁명을 확산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시아파 종주국이라는 기치를 내건 것이라고 했다. 선지자 무함마드 사후 후계자를 놓고 순니파와 시아파로 나뉜 이후 1천4백 년이 지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파 갈등을 1천4백 년 되는 갈등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순니파에서는 없는 지도자의 위계(hierarchy)가 시아파에는 있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차이가 곧 갈등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격동의 1979년’으로 옮아갔다.


1979년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하고, 사우디에서는 메카를 폭도들이 점거하는 사건으로 사우디가 강경 와하비즘으로 돌아서고,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다. 이처럼 중동이 불안해진 데 더해 미국에서 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가 일어나 1차 오일쇼크 이후 추진했던 에너지원 대체 노력이 위축되면서 2차 오일쇼크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던 세계 경제가 그로기 상태에 몰리게 된다. 난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라크에서 후세인이 쿠데타로 집권한 것도 그해였고, 영국에서 마가렛 대처의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등소평의 개방정책인 흑묘백묘론이 등장한 것도 그해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26이 일어났고. 그리고 그것이 얽히고설켜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궁극에는 세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지. 언제 한 번 파고들 만한 주제가 아닌가. 이것도 향후 과제에 추가.


이야기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여호수아에 기록된 가나안 정복 사건을 읽는 중에 확전 일로를 걷고 있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떠올라 이 기록에 담긴 하나님의 본심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더라는 말을 꺼냈고, 그것이 각자 가지고 있는 신앙의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또 한 시간.


아침에 지인이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터키 최고의 보아지치 대학에 들렀다. 시간 날 때마다 넋 놓고 바라본다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내려다보며 그곳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그 의미를 듣고, 바닷가로 내려와 궁금했던 스타벅스 그 자리에 앉아 수다 삼매경. 해협을 오르내리는 배를 타고 해협을 종횡으로 누비다 황홀한 낙조에 잠시 넋을 놓고, 야경을 배경 삼아 오랜만에 케밥과 호므스로 입까지 호강했다.


시작으로는 더없이 훌륭했던 하루. 내일부터는 구글맵 들고 자립 보행. 터키 독립의 영웅 케말파샤의 집무실이었던 돌마바흐체와 탁심 광장을 돌아보고 시간이 되면 다운타운인 이스티글랄까지. 저녁에는 어디서 뭘 먹으면서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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