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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26. 2024

2024.03.26 (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신 페친이 한 분 있습니다. 병석에 누우실 때쯤 알게 되었는데 벌써 8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게 어려워지시면서 음성 마우스로 안구 마우스로 바꿔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3년 전쯤에는 투병기를 묶어 <누울래? 일어날래? 괜찮아? 밥 먹자>는 책을 내기도 하신 분입니다. (이 책의 리뷰는 아래에)


예전에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 잡지의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잡지입니다. 제목을 순우리말로 지은 것도 처음이었고 본문을 가로쓰기한 것도 처음이었지요. 편집도 그동안 보았던 모습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바로 이분이 그 새로움을 만들어 낸 북 디자이너이였습니다.


<뿌리깊은나무>는 잡지만 발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든 우리 소리 음반도 그 못지않게 우리 문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비롯해 단가, 산조, 팔도소리까지. 저는 이 중에서 판소리와 단가, 팔도소리 음반을 가졌는데요, 당시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큰 금액이어서 월부로 샀습니다. 이렇게 공통의 화제가 있어서인지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턴가 페북에 올라오는 글이 줄어들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루게릭병의 증세가 진행되면서 글을 쓰기가 어려워진 것이지요. 다행히 책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냥 반가웠는데 이분은 그사이에 악전고투하면서 음성 마우스와 안구 마우스를 익힌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투병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소한 일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도 뭔가 소소한 기쁨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책을 쓰는데 문득 전자책이 그런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흥미를 느낄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전자책은 대부분 종이책이 어느 정도 팔리고 나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출판사 대표께 전자책 출간을 조금 앞당겨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다행히 동아시아 출판사에서는 종이책 발간하고 바로 만든다고 하시더군요.


출간을 기다리는 내내 아주 즐거웠습니다. 내용에 비해 책이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져서 그렇기도 했고, 전자책을 선물할 날이 가까워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드디어 전자책이 나와서 어느 서점 리더를 사용하는지 여쭤보니 굳이 선물을 마다하시더군요. 책은 사서 읽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오늘 감상을 올리셨습니다.


비록 선물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제 마음을 선물로 여기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그 선물의 몇 배가 되는 선물을 제게 보내셨네요. 남들보다 몇 곱절 공들여 읽고 공들여 쓰신 서평입니다.



https://brunch.co.kr/@ispark1955/309?fbclid=IwAR27KwRj7KJMhyf5E3jdPPvWACgPoFlTcDLvniFXiFaQ_jo5hKaKmDBl5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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