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을 부풀리는 말들

by 다정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어떤 말들이 있다. 바닥을 치고 헤맬 때마다 그 말들을 떠올리곤 한다. 비집고 나온 울음들로 뒤덮여 있지만 들춰 보면 사랑이 있다. 사랑으로 있다.

「어떻게 우리는 여기까지 왔고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되었네. 당신의 존재가 세상 어떤 가치보다 아름다운 형상으로 지음 받은 날을 마음껏 축하해도 모자란 날이에요. 내 최선을 다해 당신이 존재함을 축하해요. 고마워요. 태어나 줘서. 살아 주어서. 당신의 생일이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받는 생일이 되길 간절히 그리고 벅차게 기도할게요. 당신을 곧 보고 싶어요. 참, 그리워해요. 곧 봐요. 축하합니다.

- 2015, 詩월, 고양동에서.」


생이 너무나 쓸쓸하고 외롭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날이 잦았다. 매년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생일에도 그랬다. 10월이 한 해가 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22일에 생일인 나보다 더 중요한 어느 누구의 생일이 20일이라서, 늘 항상 대충 때우거나 소홀히 지나갔다. 기쁘게 축하받고 싶은 그날마다 충분히 축하받지 못해서, 나의 태어남이 초라한 일인 것 같아서 불행에 몸을 푹 담그고 있을 때마다 나를 끄집어내어 햇볕에 잘 말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손끝으로 적어 내려간 편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 있었다. 이 문장을 받은 이후 찾아온 생일날들에 나는 조금 덜 불행할 수 있었다.



뜬금없는 연락, 뜬금없이 던지는 말, 뜬금없이 찾아오는 얼굴 같은 것들은 애타게 반갑고 때로 따뜻하다. 사랑하는 영이가 공부하러 멀리 떠난 후, 어느 날 선뜻 이런 말을 보내왔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희야, 약해지지 말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우리가 있으니까. 난 널 생각하면서 약해지지 않을게. 너도 그래 줘. 나는 너로 인해 힘을 얻었던 때를 생각하며 용기를 얻어. 감히 너도 나로 인해 그러길 바라. 」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지만,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지만, 너무 날 것이라 괜히 얼굴이 불그스름해지는 말들은 혼자인 작은 나의 몸집을 두 배는 부풀려서 성큼성큼 걸을 수 있게 한다. 때로 우연히 다가와 나를 웃기고 울리며 살리기도 하는 말들을 되새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만, 나를 사랑하는 자들의 말에 담긴 나를 사랑하는 일은 조금 더 수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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