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인터뷰 요청

소설 연재

by 서인석

일기 대신 남긴 블로그에는 마흔 다섯개의 게시물이 쌓였다. 게시글은 별 내용이 없다. 관측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와 몇마디 문장 정도. 관측조차 못했던 날은 그 몇마디조차 비루하다.

가령 33번째 게시글에는

-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다. 관측 실패.

라고만 적혀있다.


그래도 관측이 잘 이루어진 날은 똑같이 짧은 문장이라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 구름 제로. 하늘이 돌아가는 모습을 청명하게 녹화.

이 글에는 다른 글들과 달리, 일반사진이 아니라 밤하늘이 돌아가는 모습을 gif로 컨버팅한 사진이 올라가 있다.



조회수나 인기를 바라고 작성한 블로그는 아니었다. 공개가 되어 있을 뿐, 그야말로 일기 겸 메모장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이 일상에서 매우 작은 한 부분일 뿐인걸로 생각했다.

타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캠프를 차리기 위해 터를 다지는 도중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혹시 박성운씨 전화 맞나요?"

"네, 맞는데요?"

"아! 드디어 찾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OOTV 운영하고 있는 OOO라고 합니다. 혹시 아시나요?"


모르는 유튜브였다.

전화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블로그에 업로드되고 있는 특이한 일상이 소소하게 화젯거리가 되었고, 그래서 취재를 하고자 한다는 것. 유튜버는 특이한 사람을 찾아서 인터뷰하는 컨셉의 영상을 제작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특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지 확신되지 않아 갸우뚱했다.


나는 물었다.

"그런데, 제 번호는 어떻게.."

유튜버는 번호를 알아낸 방법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들로 나의 소셜미디어를 검색했다. 아주 옛날에 만들어둔 페이스북을 찾아낼 수 있었고, 거기서 나의 학적을 알아냈다. 알아낸 학적을 통해 유튜버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찾아냈다. 그리고 같은 학교의 같은 과 사람까지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천문학과 출신의 불특정인을 통해 내 연락처를 아는 또 다른 불특정인을 찾아냈고, 그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한다.

"저희가 무례하거나 품위없는 그런 채널은 아닙니다.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계신 곳으로 찾아뵙고 싶은데요. 당연히 소정의 출연료도 지급합니다."

이 요청에 고민되었던 점은 수락할지 거절할지가 아니었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 거절할지가 고민이었다.


인터뷰라는 단어가 나올 때부터 애초에 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내 생활은 한 곳에 계속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길어야 한 곳에서 나흘이다. 언제까지고 인터뷰를 위해 특정 장소에서 기다리며 머무를 수 없었다. 이 이유조차 작은 불편함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굳이 인터뷰를 해서 나에게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유튜버는 거절에 익숙하다는 듯 요목조목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나는 조금 고려해보겠다고 한 후 겨우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물론 고려할 생각없이 거절이다.


전화를 끊고 OOTV를 검색했다. 구독자 수가 무려 50만이 넘는 채널이었다. 썸네일은 잘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누르고 싶은 마음이 딱 적당히 들게끔 필요한 단어들로 포장되어 있었다. 영상을 누르지는 않고 스크롤을 내리며 썸네일들만을 곱씹었다.

과거에 화제가 되었던 사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 잊힌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기인열전에나 나올 법한 공예 장인, 10개 국어 넘게 구사하는 언어능력자 등. 세상은 정말 별별 사람이 다 있구나 싶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 끼어 있으면 답답하고 어지럽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거리가 보이지만 정작 실내는 여유로운 카페에 앉아서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즐겁다.


별이 그렇다.

별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더러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든 별이 다 비슷해 보인다. 스윽 스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나의 45일동안처럼 온갖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별을 관찰하기 시작하면 사람 못지않게 재밌는 관찰대상들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사람만큼이나 다양하고 사람만큼이나 아름답다. 사람만큼이나 반짝거린다.


블로그에 남겨지는 나의 짤막하고 성의없는 관측 기록들이 얼마나 특이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예상컨대, 사람들은 내가 바라보는 별에 대한 경외로움보다, 세상에서 조금 벗어나 존재하는 한 인간의 상태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리라.

인터뷰를 요청한 유튜버는 그런 수 많은 다양하고 특이한 사람들 중 누군가를 더욱 가까이서 보게 해주는 망원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그저 그런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고 싶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이고 싶다. 내가 망원경에 눈을 대고 딱 하나의 별만 보는 건, 딱 하루만 재밌는 일이다. 망원경에 담기고 눈에 담기는 밤하늘은 모두가 함께 넓게 존재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준다.


그 유튜버도 막상 나와 인터뷰를 하면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사람 되게 재미없고 평범한 사람이구나. 오지까지 찾아왔는데 시간낭비했구나.'



블로그 게시글에 댓글이 꽤 있었다는걸 비로소 확인했다. 각 게시글에는 적게는 대여섯개, 많게는 열댓개씩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대부분의 댓글은 '별'이 아닌, 내가 생각한 대로 '세상을 떠나온 나'에게 응원을 남기고 있었다. 혹은 세상을 떠나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댓글창을 막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두었다. 이 또한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구경거리겠지. 나는 별처럼 반짝이진 않지만, 이 행위가 누군가에게라도 소소한 행복과 일탈감을 줄 수 있다면, 비록 그것이 타인을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더라도, 딱 그만큼은 더 의미있는 행위가 되는게 아닐까.


별을 보는 나를 보는 누군가가, 언젠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느꼈던 무한한 경외심과 평화를 선사받을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을 것이다. 유명 채널에 출연하는 것보다 훨씬.



돗자리를 깔고 테이블을 위에 둔 후 그라인더를 가져와 커피를 갈기 시작했다. 밤까지 관측을 도와줄 커피향이 산 속에 은은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전 17화17 어떤 별보다도 가까운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