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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31. 2020

아이유 "Chat-Shire"

음반리뷰

<이토록 다채롭고 풍성한 미니앨범이라니>


 드라마 '프로듀사'가 끝났고, 무한도전의 '레옹'도 끝났다. 그리고 나온 미니앨범이다. 아이유의 'Chat-Shire'는 아이유의 오랜만의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미 주목을 받았지만, 굳이 그런 점이 아니라도 아이유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 대중가수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이다.

 미니앨범임에도 꽉 찬 트랙 구성(9곡)과 프로듀사의 메인 테마 '마음'이 들어가 있다는 점, 그리고 MBC 무한도전에 잠깐 나온 곡을 완성시킨 '푸르던' 등, 관심받을 이유들이 많다. 흥행의 요소도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2015년 12월의 결론으로 보면 여러 악재들로 인해 모든 부분이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상태이다.(명승사자의 저주는 이어진다.)



 열애 이야기와 제제논란이 있지만 일단 이런 점들을 뒤로하고 앨범에 대해서 보기로 한다. 일단 아이유는 지난 3집 이후 더이상 순수한 소녀의 컨셉을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에 대해 받아들인 듯 하다. 그동안의 앨범 자켓들은 소녀,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데 반해 3집 'Modern Times'부터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자켓들로 채워졌다. 결국 음악은 음악만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나 기획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속 살이 보이는 시스루나 야릇한 느낌의 흑백 사진들이 그러하다. 이후 앨범인 '꽃갈피' 리메이크 앨범에서는 어떤 강렬한 컨셉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이는 리메이크 앨범의 특성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빨간 립스틱을 바른 화보등은 다시 소녀의 컨셉을 가져가진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미니앨범이다. 어깨와 쇄골을 드러낸 자켓부터 앨범의 컨셉을 짐작케 한다. 실려있는 곡들은 다양한 색을 내고 있지만 어쨌든 화보나 자켓은 면면을 들여다 볼때, '아이유는 여자다.'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마지막 사진의 루즈를 번지게 바른 사진은 로리타컨셉임을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점이 도덕적으로 옳은지는 나중 문제이다. 외설과 예술은 한끝차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을 늘 리뷰하듯이 '차치하고'로 넘어가기엔 너무 많다.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표절, 무단 샘플링도 넘어갈 수는 없다. 일단 앨범을 뜯어보도록 하자.




 밝고 동화같은 분위기의 첫 트랙 '새 신발'에 이어서 논란의 'Zeze'로 넘어간다. 사실 이 리뷰의 원본에는 제제에 대한 엄청난 장문의 글이 있었다. 하지만 에세이 '명함을 정리하며'에서 이 노래만을 위한 한 챕터를 할애했기 때문에 더 긴 설명은 하지 않겠다. 줄여서 표현하자면 [논란거리도 아닌 일을 '아이유'이기 때문에 논란화 했던 곡] 정도. 오히려 완성도도 대중성도 높은 곡이다. 

 '스물 셋'은 연예인 아이유의 본심을 말랑말랑하고 발랄한 멜로디에 실어 놓았다.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가사가 씁쓸하다. 

 '푸르던'은 전격 발라드. 무한도전에서 미리 공연될 뻔했지만, 거성 명승사자의 장르 변경 주장으로 인해 쓰이지 못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쓰이지 않은게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곡 고르는 안목만큼은 박명수가 거의 대부분 흥행면에서 증명해가고 있다. 부드럽고 가슴을 저미는 곡.

 여덟번째 트랙 '마음'은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불렸던 곡이다. 극 중 신디의 곡이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깔렸던 곡. 'Twenty Three'제목만 봤을 때, 타이틀 곡인 '스물 셋'의 영어 번안곡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트랙이 돌아가면 전혀 다른 노래임을 알게 된다. 굉장히 팝적인 요소가 강하고 화려한 곡.




 결국 이 앨범의 결론은 '활동 無'. 앨범의 자켓이나 컨셉을 보면 상당히 공을 들인 모양새였다. 게다가 드라마-예능으로 이어지는 활동의 마무리를 앨범으로 이어주면서 가수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 그러나 여러 논란들에 대해 아이유와 기획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늘 그랬듯이)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어느 곡 하나 아깝지 않은 곡이 없을 정도로 정규앨범 못지 않게 공들인 앨범이 이렇게 지나가게 되다니. 아이유의 성공에 시기를 보내는 이들은 아주 작은 논란거리만 있어도 큰 논란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듯 하다. 


 욕심내지 않아도, 아이유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해도, 아이유는 걸출함에 속하는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다. 욕할 사람들은 어떤 행동에도 항상 비난을 보낸다. 대상이 되는 행동의 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이왕지사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음악들을 거침없이 시도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서 아이유의 스타성과 독립적으로 이 앨범을 대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을 때, 분명 다채롭고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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