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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10. 2020

이름짓기

TEXTIST PROJECT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Textist Project'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 뒤로는, 글을 쓸 때 주제에 따라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project)'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수행되는 일련의 작업'이다. 이럴수가! 사전적 정의를 알아보고 사용했던 단어가 아니었음에도, 쓰고자하는 글들의 속성을 탁월하게 설명해줬다. 그것 참 괜찮은 'text'로구만.

 글과 책을 동경했고, 그래서 내가 동경하는 작가들처럼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 평생의 꿈일 듯. 하지만 나는 그들 수준의 필력이 없다. 특정 주제에 대해 상상 속에서 완벽한 기승전결을 펼쳐 두고,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그리고 그 문장들을 다시 모두 이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일. 내가 동경한 작가들은 어마어마한 이 과정들을 감각적으로 해낸다.

 'Textist Project'와 별개로 블로그에 'AI프로젝트'와 '장소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서 꾸준히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글을 쓸 때, 내가 쓸 수 있는 범위는 나의 경험 속에 한정된다. 혹은 상상의 이야기를 글로 쓰더라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프로젝트라는 말을 심었다. 프로 작가들처럼 재밌는 글을 쓸 자신이 없다. "그러니깐 안 쓸래", "포기할래"라는 심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올지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프로젝트'라는 이름처럼 '목적'과 '조직적', '일련의 과정'을 차용한 것이다. 짧은 글이라도 작은 목적 하나를 담고 텍스트를 이어가면 결국 글은 완성된다.


 'Textist'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인석이 만든 말이다. 의미도 없다. 그저 '단어들을 이어나가는 자가 되자' 정도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의 의미다. 이렇게 굳이 별일 아닌 일에 '프로젝트'라는 멋들어지는 말을 붙여버리니깐 결과물이 쌓이긴 했다. 그렇게 쭉 쌓았던 서른 세편의 글은 '명함을 정리하며'라는 책으로 출간이 됐다. 아마 내가 '프로젝트'라는 무게감있고 정형화된 단어를 붙이지 않았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프로젝트'의 효과는 대단했다! 그래서 'Textist Project'는 2편이 이어지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다음 책으로 담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힘들었지만 한 번 해봤었다는 자신감과 경험에 기인한다.

 '프로젝트'라는 명칭, 혹은 명분을 만들어 놓고, 올해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추가하여 진행 중이다. AI 연구 부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인공지능에 대해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AI프로젝트'. 어찌보면 'Textist Project'보다도 더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여러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인 '장소 프로젝트'. 결국 '프로젝트'라는 단어 덕분에 쓰고 싶은 글들의 방향과 색깔을 좀 더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을 실천할 때, 타이트한 계획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멋들어지는 이름을 붙이는 일이 추진력에 불을 붙여줄지도. 끄적끄적 길지 않은 글쓰기지만, '프로젝트'라는 무거운 이름을 붙임으로서, 꾸준하게 마침표를 찍어가는 자신을 보며 그 효과를 생생히 체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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