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PROJECT EPILOGUE
인공지능에 대해 찬찬히 공부하다 보면,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는 인간(의 뇌)을 충실히 흉내 내고,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이야기한 '모라벡의 역설'과 자연스레 부딪히게 됩니다. 인간이 쉽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는 부분이 인공지능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 인간은 어떤 원리로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인간은 어떻게 고양이와 강아지를 1초도 안 걸려서 구분하고, 사과와 귤을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생각까지 오게 되면 인공지능 개발에 부정적인 생각도 듭니다. '과연 인간의 뇌를 흉내 내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듭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신체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 없는 동물입니다. 빠른 다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습니다. 날지도 못하고, 물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도 않았죠. 인간보다 월등히 약해 보이는 벌레들조차 맹독을 품고 있거나,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생물이 갖지 않은 엄청난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에 비해 신체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독 큽니다. 인간이 뇌를 굴리고 있는 동안 발생하는 전력량(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량과 유사하죠.)도 압도적입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신비와 우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에 필적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노력은 우월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겠다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인간은 인간 스스로에 대한 탐구와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인간이 제일 똑똑해'라고 생각했던 걸, 인공지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인간은 왜 똑똑한 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이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비례하여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간의 우월함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바로 그 인간의 우월성 때문에 인간은 많은 것을 잃어오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 손대면서도 항상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간들이 거울 앞에서 스스로의 잘못들도 함께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는 이런 우려를 영상물로 훌륭하게 재현합니다.
이미 인간은 많은걸 뛰어넘어왔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 만들지 말아야 한다의 논의는 이미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주제입니다. 아직 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이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전문가들이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프로그래밍 코드나, 인공지능의 개발 역사, 각종 논문들은 최대한 뒤로 미뤄두었습니다. 아주 쉽게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공지능들을 통해서, 현실에서는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질문을 제시합니다. 허구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공지능이라고 치부할 건가요? 글쎄요, 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는, 한 유명한 문장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_ 아서 C. 클라크 Arthur Charles Clarke(1917~2008)
2020.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
서인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