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ssueproducer Apr 07. 2020

[Ep2-7]부평은 서울에 더 가까우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문학기행, 일곱번째 이야기

어린이 팬클럽에도 변절자는 나타났다.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부평으로 이사를 간 친구는 MBC 청룡의 잠바를 입고 등장했다. 친구는 부평은 ‘거의’ 서울에 가깝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본인은 당연히 서울 연고의 MBC 청룡 팬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부평은 ‘인천광역시 부평구’로 인천에 속해있는 지역이다. 부평이 서울에 ‘거의’ 가깝다며 서울 연고의 팀을 응원하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 재미있게도, 지금도 부평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 출신보다는 ‘부평’ 출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부평이라는 지명은 고려 충선왕 때 처음으로 문헌 기록에 등장했다. 부평은 부평부, 부평도호부, 부평군이라는 행정구역으로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인천과는 별개의 독립된 고을이었다. 부평은 역사적으로 인천과 동등하거나 상위의 행정구역으로 존속해왔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면서 행정구역 개편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에서 부평은 1940년에 인천으로 편입되게 된다.


지형만 살펴봐도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천은 바다를 끼고 발달한 해양도시다. 그리고 인천과 부평 사이는 원적산, 철마산, 만원산 자락을 따라 분리되어 있다. 이에 반해 부평은 넓은 평지를 이루면서 서울 서부 지역과 이어져 있다. 그래서 부평의 행정구역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했지만, 서울 서쪽(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등)과 부천, 김포, 시흥 등이 부평에 속해있었다.


초록색 표시가 산! 부평은 산으로 가로막힌 인천보다도 서울에 더 가까워 보인다.


부평의 입장에서 “우리는 거의 서울”이라는 근거가 고작 지하철 6개 정거장이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하면 오히려 억울할 것이다. 이렇게 600여 년 동안 인천과 별개의 행정구역을 유지해왔었으니까. 1980년대는 인천으로 편입된지 40년 정도 된 시점이었으니, 고작 초등학생이라도 인천과 부평은 서로 다른 지역이라고 선을 긋는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만들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매거진 바로가기⊙.⊙

https://brunch.co.kr/magazine/makeamap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발췌는 개정판 3쇄를 기준으로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Ep2-6]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