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서의 음악에세이
근래에 들어 식상해진 단어다. 디지털의 발달로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정보들을 접하며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자. 나는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을 켰다. 주말이라 늦잠을 자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주말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운동을 하고 등산을 다녀온 친구들의 인증샷을 보면서 가벼운 자괴감을 느낀다. 맘에도 없던 운동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다들 하니까 나도 등산이나, 못해도 가벼운 홈트레이닝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후가 되자 카페로 공원으로, 심지어 바닷가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사진들이 SNS에 업로드된다. 요즘 코로나가 잠잠해졌던가. 다들 놀러 다니니까 어쩐지 나도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쯤에는 최근 출시된 애플 워치와 패드의 구매 내역이 앞다퉈 올라온다. 요즘 다들 애플 워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괜히 나한테도 유용할 것 같아서 고민해 본다. (재작년 아이패드도 이렇게 구매하게 됐다. 물론 필요해서 구매한 것이 아니기에 전원이 꺼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사람들이 SNS 접속하는 저녁 시간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협찬받은 제품들을 광고한다. 멋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어쩐지 좋을 것 같다.
짧은 하루 동안에도, 어플에 접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는 행위만으로 나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여러 가지 감정과 욕구를 느낀다.
나의 주관과 신념 그리고 취향을 가지기가 참 어려워진 시대다. 우리는 이것을 편리함과 맞바꿨다. 이게 무서워져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가 나의 생각일까. 어디까지가 나의 취향일까. 어디까지가 내가 느끼는 감정일까.
디지털 그녀는 디지털 한 걸음
번거로운 것들은 못 참고 휘 떠나버린
저기 소리치고 있다
편리한 언어!
편리한 생활!
편리한 세상!
디지털 그녀의 디지털 한 웃음에
우리들은 발을 굴러 정확한 박자를
나누어 따라간다
이제 완전해진 결말
아니 갈라지는 땅
이제 완전해진 세상
아니 부러지는 발
A/DC= (FEAT. MID-AIR THIEF) - SO!YOON!
음악을 감상해보세요.
김은서
@youdontkillmyvibe
24살,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는 일은 다 해보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