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만나면 '스마트 컨슈머'에서 '호구 고객'으로 전락하는 이유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만든 이가 제공하는 정보부터 사용한 이가 제공하는 정보인 리뷰라는 이름의 후기까지 온오프라인에는 엄청난 정보가 떠다닙니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이 엄청난 정보를 소화하고자 연대합니다. 혼자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선택할 수 없으니 다른 이들과 소통합니다. 자, 이제 우리는 똑똑해졌고, 옛날보다 더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비는 스마트해졌습니다.
스마트 컨슈머인 우리가 갑자기 호구 고객으로 전락하는 순간은 영어를 만날 때입니다. 다른 상품과 서비스 앞에서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스마트한 소비자가 될 수 있었는데, 영어 상품이나 서비스 앞에서는 남의 의견과 주장에 속절없이 끌려다닙니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에 이르는 상품과 서비스를 덜컥 구입합니다.
스마트하지 못한 호구 고객이 되는 이유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의 부족 때문입니다. 영어 공부를 십 년 넘게 했어도 우리는 영어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있을 뿐, 지식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정보가 아닌 지식이 필요
정보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서 선택한 후에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지식이 됩니다. 우리는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분별할 때, 살면서 얻은 지식을 총동원합니다. 남의 말을 무작정 믿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기반해 판단합니다.
영어 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스마트 컨슈머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도 동일합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정보, 영어 공부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많습니다. 모두 자신이 파는 상품과 서비스가 최고라고 외칠 때, 소비자의 손에는 이를 판단할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 마케팅
자녀에게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 더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에게 물건을 파는 이들은 부모가 느끼는 책임감을 자극해 '두려움 마케팅'을 합니다.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당신 아이가 옆집 아이와의 경쟁에서 도태되고, 성공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불안에 떨게 만듭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게 아니라, 불안 심리와 자기 방어로 인해 소비하게 만듭니다.
인간의 이성이 무기력해지는 순간은 생존과 안전에 위협을 받을 때입니다. 아이 인생과 성공이 달린 일이라며 위협당하면, 부모의 지갑은 속절없이 열립니다.
우리는 모두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가 됩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렵습니다. 사지선다형 답안지에서 정답을 고르는 일에만 능숙한 부모세대는 아이에 관한 주관식 문제 앞에서 무지함을 깨닫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흔들리는 부모를 잡아주는 것은 정보가 아닌 ‘지식’
부모가 흔들리는 것은 정상입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흔들리면서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반성하고 돌이키면서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흔들릴 때 무게중심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지식입니다. 우리 아이와 아이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지식과 교육상품과 서비스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모르면 더 많이 흔들리고 타인에게 끌려다니기 쉽습니다. 알아야 중심을 잡고 걷기가 그나마 좀 쉬워집니다.
정보력이 아닌 공부력
자녀 교육의 성공을 위해 조부모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성공담을 수집합니다. 엄마 손에 있는 다른 아이들의 성공담은 지식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어쩌면 정보조차 되지 못한 단순한 데이터일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어차피 아이의 영어공부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제는 정보수집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해야 할 때입니다. 정보력이 아닌 공부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