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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TI Oct 08. 2020

3-2. 여성용 사각팬티 생산자 인터뷰

<핑크 택스 절세 수업> 세번째 탐구

안녕하세요,

ISTI입니다.


오늘은 리포트의 두번째 파트, 대망의 사각팬티 생산자 분과의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희와 이야기를 나눠주신 생산자 분은 <여성을 위한 데일리 트렁크> 창작자, 페미니스트 셜리님이신데요. 직접 사각팬티를 제작하여 3회 텀블벅에서 데일리 트렁크 모금을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페미니스트셸리님은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하실 뿐 아니라 가치있는 여성소비를 추구하는 생산자 분이기에, 저희도 모시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았는데요.

저희 ISTI가 팟캐스트 활동을 통해 성평등하고 합리적인 여성소비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게 목표였던만큼, 함께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

심지어 저희와 같이 버터나이프크루 활동을 하고 계셨으니, 반가움은 두배!


인터뷰를 담은 <현장 수업>은 팟캐스트에도 업로드되었으니, 대본에 충분히 담기지 못한 내용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짧은 시간 내 알차게 사각팬티에 대한 궁금증을 타파해주시는 페미니스트셸리님의 입담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여성을 위한 데일리 트렁크" 소개

 

2년 전 여름, 처음 진행되었던 데일리 트렁크 프로젝트 (출처: 텀블벅)


Q.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여성을 위한 데일리 트렁크’ 텀블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여성을 위한 데일리 트렁크 텀블벅은 말 그대로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트렁크를 만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개선점을 적용하고 색상을 달리하며 18년 여름부터 올 여름까지 세 차례 진행되었고, 총 1700만원의 프로젝트 후원금을 모금하였습니다.


1, 2회차 텀블벅에서는 각각 펀딩 금액 순수익의 30%와 40%를 한국사이버 성폭력센터에 기부하였습니다. 약 130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트렁크가 특별한 점은 여성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원단가게에서 천을 떼어 경력단절여성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제작했다는 것입니다. 기획, 재료, 제작 비용이 모두 여성에게 돌아간 것이죠.


제가 처음으로 여성용 트렁크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텀블벅 기준으로 여성용 트렁크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 아니라, 여성용 속옷이 불편하다는 당시 온라인 탈코르셋 흐름에 따라 제작을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만들더라도 최대한 여성의 손으로 만들여 여성에게 이익이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품이라던가, 네일 제품들 중 사장이 남성이어서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죠.

저는 그런 경우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화장품이라던가, 네일 제품들 중 사장이 남성이어서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죠. 저는 그런 경우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든 트렁크 뿐 아니라 여성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속옷이 다양하게 나오기를 기대했었는데 실제로 그 후 텀블벅에서 여러 제작자분들이 여성용 속옷을 만들어 판매하셨습니다.

 

물론 저처럼 여성 사장님의 원단가게에서 천을 떼어 온전히 여성 제작자분들께 공임을 맡긴 곳은 보지 못했지만요(웃음)

저는 사이즈 또한 S, M, L 식으로 작다/크다 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아 허리 둘레를 사이즈로 사용하였고 앞으로도 성적 대상화 없는 속옷 판매 사진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편안하게 촬영하였는데 그 점은 많이 개선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여타 업체에서는 여전히 힙업이나 뱃살 감추기를 강조하고 섹시한 표즈, 여성스러운 굴곡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여성 전용 속옷을 판매하고 있어, 이 지점이 안타깝습니다.

=> 이와 관련된 여성용사각팬티의 성적 대상화, 꾸밈 역할 추가에 대해선 팟캐스트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궁금하신 분은 팟캐스트 참고 부탁드립니다!



생산 과정과 비용


Q. 보통 트렁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 드는 대략적인 비용과 시간, 그리고 사업자의 노력이 궁금합니다.


A. 일단 저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아니라, 텀블벅 기간에만 제작을 했기 때문에 텀블벅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 장씩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아 200장, 300장씩 제작하는 것이다 보니 원가 절감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제작시 거의 소매가와 비슷하게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원단값이 가격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공임비도 장당 30%정도 들었습니다.


그러고나면 40%가 남는데 여기서 샘플제작비, 디자인비, 스튜디오 대여비, 촬영비, 제가 프로젝트를 위해 이동하며 든 교통비, 제작지에서 포장 장소로 이동할 때 드는 운송비, 포장비, 포장재 구매비, 포장 인건비를 나누어 내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저에게 많은 부분이 떨어지진 않았죠.(웃음)


Q.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 텀블벅 프로젝트 특성 상 크게 수익을 남기긴 어려웠단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핑크택스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고 또 조심스러울 수 있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텀블벅을 살펴보니 한 장에 16,500원 정도였어요. 한 장에 약 3,000원 하는 남성용 상품에 비해서는 조금 가격 차이가 있는데, 이는 텀블벅 프로젝트 특성으로 보아도, 여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여성용 사각팬티가 상대적으로 남성용보다 비싸더라고요. 어떤 측면에서 이러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아무래도 남성용 사각 트렁크는 워낙 나온지 오래 되었고 디자인도 별로인 게 (ㅋㅋ.. ISTI 모두 심히 공감하였습니다..) 많다보니...

그렇지만 여타 업체에서 공장제작하는 경우는 여성 트렁크 시장이 아직 크지 않아서 독점하는 부분도 있고, 여성세가 붙은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전에 여성용 사각 트렁크가 기성 속옷 회사에서 나왔는데 그 때는 장당 3, 4만원대로 훨씬 더 비쌌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몇몇 경쟁 업체가 생겨나면서 1만원 후반~2만원대로 떨어진 것입니다. 경쟁업체가 많아지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저같이 소규모,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곳은 아무래도 가격이 많이 하락하기는 힘들겠지만 핸드메이드 상품을 찾으시는 분들은 또 이유가 있어서 구매하시는 것이니, 여기서부터는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드 제품 선택/ 더 저렴한 대량생산 제품 구매는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말씀!)



여성용 트렁크의 고객 분포


Q. 데일리 트렁크를 구매한 주 고객들의 분포와 특징도 궁금합니다.


A. 주 고객은 아무래도 20대 여성이 많았는데요,

혼자서 입으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친구와 함께 구매해서 택배비를 나눠 내신 경우도 있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주문하는 경우도 많아서 두 장씩 구매하신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니 33,000원씩 구매하신 분들이 가장 많았던 것이죠.


또 자랑하고 싶은 점이면서 여성 주체적인 생산과 소비가 많이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데요. 저는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나쁜 피드백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만큼 제품 품질에는 자신이 있기도 하고, 한 번 제작사에서 제작 후 보내주신 물품을 제가 또 검수해서 실밥 다 정리하고 섬유용 펜 자국 다 제거하고 꼼꼼히 확인하여 보내드렸기 때문에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트렁크 착용 며칠만에 한참 앓던 질염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주신 분이 계세요. 

그만큼 이전에 입던 나일론의 삼각 속옷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선택지가 넓어져야 하는게 당연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여성용 사각팬티가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들만 시장에 존재하는 이유는

1. 아직은 여성용 사각팬티 시장이 크지 않다보니, 질이 좋은 상품 위주 (소규모 생산)로 구성

2. 독점 (경쟁자가 적은 상황) 및 핑크택스 경향 때문에

이 두가지 이유로 비쌀 수 있다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1.의 경우, 가격이 내려가기가 어려운 구조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들이 점점 나타나면서 (모 여성용사각팬티는 100만장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2.의 상황으로 인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질이 좋은 핸드메이드 제품이 존재한다는 건 부재에 비해 감사한 일이지만, 여성용 사각팬티를 입고 싶은 소비자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선택지가 있기 전까진 많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가격대가 진입장벽일 수 있는데요.


저희 ISTI와 페미니스트셜리님 모두 트렁크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서 핸드메이드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가격대의 여성용 트렁크 상품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저희의 세번째 수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수업 품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희의 다음 수업은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셨던 (기대..하신 거 맞죠?) 다꾸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인데요.


다이어리 꾸미기는 주로 여성들이 갖고 있는 취미생활로, 온라인에서도 (마카롱과 함께..) 많은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희 ISTI는 다꾸 가격 측정뿐 아니라 다꾸 문화 형성과 최근 트렌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이번에도 다꾸용품을 직접 제작하는 생산자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봤으니, 2주 뒤 시작되는 다꾸 리포트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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