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생장피에드포르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구나
자, 이제 생장 가는 교통편 예약을 시작해 볼까?
5월 말이라는 아름다운 기간에 생장드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실 자원봉사 기간도 확정되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교통편을 예약해야지! 작년에 자원봉사를 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자 사무실도 그렇고 이번 생장도 그렇고 순례길과 관련된 자원봉사들은 사비로 알아서 교통편을 구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순례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가 시작하기로 약속된 그날, 그 시간에 정확히 그 자리에 와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023년 내가 프랑스길을 걸었을 때도 파리와 마드리드 입국 두 개의 옵션 중에 마드리드를 선택했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드리드 루트로 생장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한번 해봤다고 나름 자신만만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마드리드까지는 비행기로,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나 까지는 기차 렌페(Renfe)로, 팜플로나에서 생장까지는 버스 알사(Alsa)로 이동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다 이용해서 도달하게 되는 게 생장인 거다. 이동수단이 이것저것 많으니 출발과 도착 시간은 물론 교통편과 교통편 사이의 역 위치로의 이동시간까지 포함해 시간을 넉넉히 계산해 티켓 예약을 잘해야 한다. 일단 비행기 표를 확정 지은 뒤 생장으로 가는 기차와 버스 예약을 시작한다. 이제 겨우 한 달 남기고 예약하는 거라 기차값이 많이 비쌀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23년도에 갔을 때와 비슷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차표 가격이 출발일에 가까워질수록 많이 오르는 걸 경험했기에 휴 다행이지 뭐야. 물가가 올랐을 법도 한데 아직은 착한 스페인의 가격이 고맙기만 하다.
마드리드에서 생장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의외의 복병에 대한 변수를 꼭 계산하자
일단 비행기는 각기 다른 도시에서 다른 시간에 도착하니 생략하자. 우리가 생장에 가기 위한 교통편만 생각하면 마드리드 공항에 내려 ‘이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가면 되지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단 마드리드에서 생장까지는 하루가 더 걸릴 거라는 것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뿐이게? 아니지. 공항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또 다른 버스와, 팜플로나 기차역에서 팜플로나 버스역으로 가는 또 다른 버스를 30분씩 타야 한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그러니 결국에는 ‘비행기-공항버스-기차(렌페)-시내버스-고속버스(알사)’의 수순을 밟은 뒤에야 생장에 도착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걸 하루에 다 갈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팜플로나에서 생장을 향하는 버스는 하루 한대, 그것도 평일에는 오전 10시에, 주말에는 정오 12시에 출발해서 오전시간에 이미 팜플로나에 있어야 한다는 거. 마드리드에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아니라면, 팜플로나에서 알사버스를 쫓아 타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이 일정은 대부분 마드리드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새벽 기차를 타고 출발하거나, 팜플로나로 이동해 하루 자고 아침 버스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하룻밤이 더 걸리는 일정이 되는 건 피할 수가 없다.
기차 이야기부터 하자면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나로 가는 기차는 렌페(Renfe)라는 국영철도를 이용하게 될 거고 총 운행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가끔 시간대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는데 아주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이 아니라면 보통 걸리는 시간은 3시간 17분에서 3시간 35분 사이이다. 예약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Madrid 역을 검색했을 때 역이 4개가 나오는데 그중 우리는 가장 이름이 긴 ‘Madrid Pta. Atocha - Almudena Grandes’ 역을 선택해야 한다. 흔히 아토차역이라고 부르는데 아토차만 해도 역이 2개가 나와서 헷갈리기 쉽다. Madrid - Atocha Cercanías도 있는데 이게 아닌 Madrid Pta. Atocha - Almudena Grandes로 선택하는 거 잊지 말자.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나 가는 기차 예약하는 렌페 웹사이트
공항에서 기차역이 붙어있으면 좋으련만 마드리드 공항에서 203번이라는 5유로짜리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버스가 터미널 4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터미널 1을 통해 나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 비행 편이 있는 터미널 1로 입국하신 분들은 203번 버스가 꽉 차있어 그냥 보내야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나도 이번에 만석인 버스를 한 대 보내고 20분 정도 뒤에 온 다음 버스를 탔어야 했다. 이 버스가 기차역만 가는 게 아니고 시내의 주요 관광지를 거쳐 가기에 기차를 타는 사람들 말고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타는 버스라서 그렇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늘 기차 출발 시간을 넉넉하게 뒤로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택시를 타면 25유로 정도 나올 텐데 버스랑 택시가 걸리는 시간이 비슷한 데다가 버스가 바로 기차역에 딱 알맞게 내려주니 이왕이면 버스를 타는 게 좋다.
그럼 다음으로 마드리드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팜플로나에서 타게 될 알사(Alsa) 버스에 대해 알아볼까? 위에서 살짝 언급했던 대로 팜플로나에서 하루 한대 밖에 없는 귀하신 버스이시고, 총 운행시간은 1시간 45분이다. 하루 한대니 이걸 놓치면 바로 안녕, 내일 보자가 된다. 게다가 출발시간이 평일에는 오전 10시, 주말에는 정오 12시니 그냥 아침 버스라고 봐야 한다. 이미 팜플로나에 와서 대기 타고 있지 않은 이상 오전에 출발하는 이 버스를 어떻게 탈 수 있겠어. 근데 어랏? 알사 버스정류장이 생각보다 팜플로나역에서 떨어져 있네? 그렇다. 팜플로나에서도 알사버스를 타려면 마드리드 공항에서처럼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팜플로나 기차역 정문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여기서 09번을 타면 20분 뒤에 Avda.Conde Oliveto역에 내려주고 여기서 걸어서 2분이면 알사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 버스가 오가는 시간과 걸어갈 시간 포함해서 마드리드공항과 마찬가지로 넉넉하게 1시간 정도의 이동은 생각해 두는 게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드리드에서 팜플로나 가는 기차 하나는 앞뒤로 정~말 여유 있게(개인적으로 2시간 이상을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 계산하고 현명하게 기차시간을 선택하셔야 한다는 말이다.
팜플로나에서 생장 가는 버스 예약하는 알사 웹사이트
마드리드에서 생장피에드포르 가는 교통편 예약 시 꼭 참고할 점
- 마드리드 공항에서 기차역까지 이동하셔야 해요. 버스 타고 30분 걸리는 이동시간, 기다리는 시간도 생각하세요
- 기차역 이름은 Madrid Pta. Atocha - Almudena Grandes입니다
- 팜플로나 기차역에서 버스역 갈 때도 버스 타고 이동해야 해요. 20분 걸리고 기다리는 시간도 생각하세요
- 팜플로나에서 생장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대, 그것도 오전시간이니 감안해서 계획 짜세요
- 팜플로나 가는 기차는 3시간 반, 생장 가는 버스는 1시간 45분이 걸려요
- 마드리드에서 하루 혹은 팜플로나에서 하루, 마음에 드는 도시로 미리 정해 짧은 관광 계획을 짜시면 좋아요
기차와 버스, 렌페와 알사의 가격
우리가 또 가격을 빼놓을 수는 없지. 기차는 30유로(4만 7천 원)에 버스는 22유로(3만 4천 원)였고 2023년과 2025년도 가격의 상승폭은 없었으며 여기에 공항버스 5유로(7800원)와 팜플로나에서 시내버스 1.65유로(2500원)를 합치면 총 9만 천 원 정도 나온다. 생장피에드포르에 가기 위해선 비행기값을 제외한 경비에 9만 원 정도 추가된다는 걸 알아두는 것도 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알사 버스가 오후에도 한대 있다고 하면 하루 만에 마드리드에서 생장 가는 게 참 쉬울 텐데 아쉬워도 참 많이 아쉽다. 그런데 또 밝은 쪽을 보자면 이미 비행기를 타고 와서 힘든 몸에 얼추 도합 6시간(공항버스 30분 + 기차 3시간 20분 + 시내버스 20분 + 버스 1시간 45분)의 또 다른 교통편과 서너 번의 갈아타기는 매우 지치는 일이라 차라리 잘된 거일 수도 있다. 내가 2023년도 프랑스길을 걸었을 때는 마드리드에서 며칠 쉬고 새벽 기차 + 알사버스를 통해 생장에 갔고 이번 2025년에는 마드리드에 도착 후 팜플로나까지 바로 이동 후 팜플로나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버스만 타고 생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래나 저래나 어딘가에서는 하루 자야 하니 긴장도 좀 풀고, 여정도 다시 확인하며 실수 없이 생장까지 잘 갈 수 있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기로 하자.
비행기에 이어 기차와 버스를 다 예약하고 나니 이제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일주일 자원봉사 하러 가는데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게 너무 많다. 나야 젊다 치지만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은 시간과 돈은 그렇다 치고 봉사하러 생장까지 오는 게 복잡해서 과연 엄두가 나실까 싶다. 여하튼 이래저래 검색하고 기차와 버스와 호텔 예약 여러 사이트들을 들락거린 후에야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 역시 예약 같은 건 몰아서 후다닥 해놔야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생장으로 데려다 줄 모든 교통편들이 예약되었고, 잠잘 곳도 마련해 둔 뒤 그제야 한숨 돌려본다. 이제는 그렇게나 되돌아가고 싶었던 생장으로 갈 날만 남은 것이다. 피곤하지만 즐거운 검색이었다. 나는 곧 생장으로 떠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