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장 순례자 사무실의 기념품들 나는 왜 몰랐을까?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이번에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 중 놀라운 게 하나 있는데 순례자 사무실에서 프랑스 순례길 관련 기념품들을 판매한다는 거다. 아 이거 나만 몰랐어? 내가 순례자로 생장 순례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는 버스를 타고 와서 오후 2시에 도착했었는데 그때가 브레이크 타임 끝나고 다시 문을 열 때라 사람들도 다 줄 서 있고 조금 정신이 없었단 말이지. 처음이라 나름 긴장도 했고, 줄 서서 안에 들어가서도 내 차례에 앞에 놓인 5개의 테이블 중 어디에서 부를지 모르니 계속 전방주시만 하고 있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봉사자에게 설명을 다 듣고도 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 얼른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어 바로 사무실을 빠져나왔었다. 그런데 조개 도네이션 바(입구에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면, 가장 안쪽, 출입불가한 문 왼쪽) 바로 옆에 위치한 긴 장식장에서 다양한 프랑스 길 기념품을 파는 걸 이번에 알았네! 이게 분명 2023년도에도 있었을 텐데 내가 긴장해서 못 본거지 뭐야. 프랑스길과 관련된 기념품 들 중 이곳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있어서 그때 알았다면 분명 무언가를 사 왔을 것 같은데 거참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아. 자석과 핀은 물론 티셔츠와 다용도 스카프까지 팔고 있으니 지금 나와 함께 살펴보고, 혹시나 마음에 드시는 게 있다면 프랑스길을 시작하며 순례자 여권을 받고 첫 도장받으실 때 구입하시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종류들의 기념품들이 있고 가격은 얼마나 할까?
순례자 사무실의 가장 안쪽, 봉사자들의 테이블 맞은편 구석에 이렇게 긴 유리장과 티셔츠가 전시돼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여유 있는 시간대면 모르겠지만 기차나 버스가 도착해 여러 명의 순례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줄 서있는 앞사람에 가려져 안 보이기 일쑤다. 내 경우가 그랬고, 존재하는지도 몰랐으니 순례자 여권만 받고 나오는 사람이 태반이다. 실제로 내가 자원봉사를 할 때에도 아주 여유로운 시간대의 순례자분들만이 이 장소를 눈치채시고 천천히 둘러보신다음 구입하곤 하셨다. 그러니 잊지 말고 한번 눈여겨보시는 걸 추천한다.
1. 마그넷과 배지(핀)
종류는 크게 자석, 핀(배지), 타일 장식품, 피겨, 티셔프와 목 스카프로 나뉘고 가격대는 가장 저렴한 게 8유로(1만 2천 원)의 자서들과 핀, 목 스카프였고 가장 비싼 건 20유로(3만 2천 원)의 타일재질 기념품의 온도계였다. 개인적으로 자석들은 다 패스하셔도 되는 게 산티아고에서도 많이 팔 뿐더러 프랑스 길에 특화된 유니크한 자석들은 아니었다. 솔직히 똑같은 재질의 비슷한 자석들을 산티아고에서는 3유로 정도면 사실 수 있으니 디자인과 희소성, 가격 면에서 이건 아쉬움 없게 거르셔도 될 것 같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건 배지들이었는데 이곳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선 딱 2 디자인만 파는데 둘 다 크기가 꽤 크고 색깔이 예뻐서 존재감이 있었다. 마감도 정말 좋은 데다가 이건 이곳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만 파는 거라 너무 마음에 들지 뭐야. 프랑스길 31일 걸으며 이와 같은 배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당연히 산티아고에서도 없었기에 이건 사가도 될 것 같아 추천한다. 왼쪽의 산티아고 성인이 그려진 긴 배지는 10유로(1만 6천 원), 오른쪽 프랑스길 순례자 연합회 배지는 8유로 (1만 2천 원)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순례길을 계획하는 누군가에게 딱 하나만 선물할 수 있다면 왼쪽의 하늘색 산티아고 성인 배지를 선물할 것 같다. 내가 본 순례길 배지 중에 가장 특이하고, 가장 크고, 가장 예뻤다.
2. 타일 장식품들
마그넷 다음으로 가장 많이 준비된 건 타일 들인데 재밌게도 한국어로 된 ‘여기에 순례자가 산다’라는 타일도 볼 수 있다. 크기는 대략 손바닥 사이즈로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다. 매년 프랑스길을 걷기 위해 생장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의 국적 통계를 보면 한국인이 1위 프랑스인, 2위 미국인들을 뒤이어 3위라고 하니 이렇게 프랑스길에서 한국인들만을 위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제작된 기념품도 이해가 간다. 타일 중 생장의 풍경을 담은 건 15유로(2만 4천 원), 산티아고 대성당 그림과 온도계가 합쳐진 타일은 이곳 생장 순례자 사무소에서 가장 비싼 기념품으로 20유로(3만 2천 원)이고 십자가들은 각 15유로(2만 4천 원)인데 한국어로 된 타일과 생장이 그려진 타일 말고는 웬만해서 비슷한 타일들은 산티아고에서 구할 수 있다. 타일 재질 자체가 가방 안에 반듯하게 잘 넣고 다녀야지 자칫하면 가방 속에서 뽀각하고 어딘가 깨질 수 있으니 그냥 이런 아이템이 있구나 눈으로 보시는 것만으로 충분하실 것 같다.
3. 티셔츠와 목 스카프
티셔츠는 한 가지 디자인, 프랑스 길 순례자 연합회 로고로 준비되어 있다. 각 색깔별로 다양한 사이즈들이 있기 때문에 크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바로 입으실 거라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 기능성 티셔츠들로 이미 만반의 준비들을 해오셨기에 옷도 다 무게인지라 사시는 분이 많지는 않았다. 실용적인 물건 중 하나인 다용도 목 스카프는 청량한 하늘색에 조개 패턴으로 꽤 예뻐 정말 마음에 들었던 기념품이다. 이게 잡아당기면 고무줄 같은 텐션이 있어 머리 사이즈 상관없이 목이든, 머리든 어디에나 쓸 수 있고 땀도 금방 마를 것 같은 소재라 적극 추천한다. 이거야말로 순례길을 걷는데 꾀나 도움이 될 제품이라 내가 순례자라면 이걸 하나 사서 한 달 내내 잘 쓸 것 같다. 새벽 출발 시 서늘할 때면 목이랑 코 함께 가릴 수 있고, 땀나면 머리띠처럼 쓰고, 해가 쨍하면 뒷 목 가리는 용도로 알차게 쓰일 것 같다.
4. 패치와 산티아고 성인 미니 조각상
패치를 좋아하는 나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긴 했는데 딱 한 가지 디자인의 패치가 있다. 퀄리티는 좋다만 나는 배지로 만들어진 하늘색 바탕의 산티아고 성인 패치였으면 진짜 귀여웠겠다 싶었다. 이거 하나만 가격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마그넷과 비슷한 가격의 8유로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념품으로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산티아고 성상이 있는데 두 가지 크기로 5cm짜리는 12유로(1만 9천 원), 7cm짜리는 15유로(2만 4천 원)이다. 이게 아주 작은데 도색도 잘되어있고 크기가 아기자기해 꾀나 마음에 들었던 기념품이었다. 그런데 손가락 크기 정도니 크기에 비해 가격대는 높은 편이라 솔직히 내가 봉사했던 8일 동안 이걸 사가신 분들은 없었다. 근데 산티아고까지 다 걸어가 보고,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에서 2주간 자원봉사하며 많은 기념품샵을 둘러본 결과 같은 걸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산티아고 경험이 먼저고 그다음에 이곳 프랑스 생장에 왔기 때문에 내 기억이 100프로 맞다고는 할 수는 없는데 내 기억에 이거와 같았던 제품은 안 보였던 듯싶다. 이게 귀엽고 예쁘긴 하니 혹시 마음에 드신다면 애착템으로, 순례길을 걸을 친구로 하나 데려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퀄리티가 좋아.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기념품 사는 방법
생장 순례자 사무실은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과 달리 기념품만 판매하는 매대와 직원이 따로 있지 않다. 그래서 유리 장식장 안에 들어있는 기념품 중 마음에 드시는 게 있거나 티셔츠나 스카프를 사기로 마음을 정하셨으면 순례자 응대를 하고 있지 않은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봐야한다. 여유가 있는 자원봉사자의 데스크로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고 말씀하시고 어떤 걸 원하는지 말씀하시면 꺼내드리는 시스템이다. 특히나 티셔츠는 사이즈 비교도 해보셔야 하기에 원하신다면 고민하는 사이즈를 열어 보여드리기도 한다. 구매하는데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오전이나 6시 이후 늦은 오후 조금 덜 붐비는 시간에 오시면 봉사자들이 조금 더 신경 써서 긴 시간 도움 드릴 수 있다는 걸 알아두시면 좋다. 유일하게 주의하실 점은 생장 순례자 사무실은 따로 카드결제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꼭 현금으로 지불해주셔야 한다. 우리가 순례자 여권을 만들 때도 현금을 내야 하듯이 말이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은 모든 순례길이 끝나는 곳이기에 여러 면에서 조금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생장은 아직 시스템이 아날로그에 더 가깝다. 이 부분 미리 염두에 두시고 혹시나 위에 알려드린 기념품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으시다면 현금을 준비해 가시길 조언해 드린다.
이렇게 오늘은 나도 몰랐었던 생장 순례자 사무실의 기념품들에 대한 정보를 나눠보았다. 순례자로 왔을 때 나는 몰라서 지나쳤던 것들을 우리 미래의 순례자분들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란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로 돌아온 생장에서 뒤늦게 알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신선했다. 생장 순례자 사무실 자체 기념품도 있고 말이야, 참 재밌군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