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생장 사무실에서 챙길 수 있는 것들
프랑스 길의 시작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
오늘은 프랑스 길을 시작하는 생장 피에드 포르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들이 받을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해 리스트업을 하고자 한다.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알아서 챙겨주긴 한다만 말 그대로 직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라 나와 아이린 같은 초보 봉사자부터 장베누와 같이 능숙한 자원봉사자들이 섞여있어 약간의 복불복도 있기에 알고 가면 좋다. 내가 봉사를 했던 1일, 2일 차에는 나도 처음이라 여기서 하나, 저기서 하나 꼭 무언가 빠뜨리고 설명했기 때문에 이왕 순례자분들도 무엇을 받을지 알고 가신다면 초보 봉사자를 만나도 원하는 정보를 빠짐없이 챙겨가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단 시골인 생장까지 찾아오는 길도 길고 쉽지 않기에 많이 지쳐있을 뿐더러, 설레이지만 뭘 기대할지 모른채로 순례자 사무실에서 줄서다 딱 내 순서가 와 의자에 앉아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얼떨떨한 채로 설명을 듣다보면 10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곤 하니까. 프랑스길을 여러번 걸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프랑스 생장을 찾는 거진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순례길이 초행이신 분들이니 함께 천천히 리스트를 살펴보자.
1. 제일 먼저 받는 순례자 여권
현재 순례자 여권은 2유로, 힌화로 약 3천원 돈이다. 가끔 한국에서나 바욘에서 미리 사서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프랑스길은 첫 여정이 이곳 생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생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이곳의 여권을 사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개인적으로 여권 뒷장에 프랑스길의 작은 도시들이 다 적혀있는 저 맵이 참 마음에 든다. 간혹가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다른 곳에서 여권을 사오면 순례자 사무실에 일하는 분들이 불친절하게 대해준다, 생장에서 여권 안산다고 불쾌해 하신다라는 루머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여권을 팔아야하는 판매직도 아니고 2유로 보다 더 중요한 건 순례자 여러분 각자 준비한 여권에 담긴 의미이다. 그러니 원하시면 전세계 어디에서든 여권 미리 받으시고 오셔도 모두가 동등하게 환영을 받고, 여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걱정 하실일 하나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제일 중요한 건 뭐다?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도장을 받아가는 거! 여권을 발급 받은 뒤, 혹은 준비된 순례자 여권에 첫 도장을 받아가시는 것만 잊지 않으시면 된다는 걸 기억하자.
2. 2025년에 다시 업데이트 된 숙소 리스트
이 책자는 생장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가는 모든 길들에 알베르게로 등록 된 숙소들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프라이빗 숙소들까지는 안들어 있지만 혹시나 숙소에 대해 큰 계획이 없이 오셨다면 나름 유용하게 쓰실 거라 생각된다. 나같이 전체 일정의 숙소를 미리 예약해오는 사람들도 있고, 특정 도시에서 꼭 머물러야겠다는 대강의 구상을 짜서 오신 분들도 많다. 개인적인 봉사활동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순례자분들이 팜플로나까지 3일 정도의 숙소 예약은 미리하시고,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다니시며 그날 컨디션에 따라 머물 도시와 숙소를 정하시기 때문에 이 리스트가 참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생각된다. 반면 닌자앱이나 다른 산티아고 순례길 앱을 통해 숙소들을 확인하실 수 있다고, 몇페이지에 달하는 이 리스트를 안받아가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았다. 역시나 개인의 선택이고 종이가 부담되거나 이미 숙고한 리스트가 있으시다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두고 가셔도 되니까 안심하시길 바란다.
3. 프랑스 길 전구간 고도 그래프, 높낮이 표
이 그래프가 잔뜩 들어간 프린트는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33일 계획으로 짠 일정에 대한 고도, 즉 높낮이를 참고할 수 있는 정보지다. 물론 꼭 이대로 걸으라는 건 아니고 가장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대표 루트를 예시로 들어 놓은 건데 한눈에 직관적으로 들어오는 높낮이가 순례길을 걷다보면 의외로 큰 위안이 될 때가 많다. 걷기 전에 내일 걸을 날들을 확인하며 ‘아, 내일은 조금 평탄하구나.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언덕 하나만 조심해서 잘 올라가면 되겠구나.‘, ‘오늘은 계속 경사도가 있으니 신경써서 체력 분산해가며 잘 걸어야겠네.’ 등 멘탈을 준비하는데 꾀나 도움이 된다. 프랑스길을 다 걷고 보니 첫날 피레네 산맥을 오를 때 말고는 크게 못하겠다 싶은 날은 없으니 이 그래프 참고하시며 다음 날 걷기 강도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 용도로 쓰시면 좋다.
4. 대망의 첫 날 피레네 산맥을 걷는 팁에 대한 지도
순례자 사무실에서는 가장 가파르며 깊은 산속을 오르는 첫날에 대해 몇가지 주의점을 강조하려고 칼라 프린트가 된 지도로 순례자들에게 설명을 해준다. 첫번째, 어디가 시작점인지 (순례자 사무실에서 내리막길 쭉 따라가면 교회를 지나 직진. 5분 정도의 거리라 찾기 어렵지 않다). 두번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오직 두 곳에만 있는데 어디인지. 세번째, 하산을 시작하는 포인트와 주의점은 무엇인지. 이 세가지가 중요 포인트인데 요즘 순례자분들은 첫날 일정에 대해서 검색도 많이 하고 오시고, 정보들을 많이 모아 오셨기에 대부분은 이미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근데 정말 너무너무 중요한 건 하산 포인트에서 꼭 오른쪽 완만한 길로 내려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계셔야 한다는 거. 나도 프랑스 순례길을 준비했을 때 정말 많은 블로그와 카페의 글들을 정독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5~6시간 동안 피레네 산맥에서 지친몸을 이끌고 쉴새없이 바람에 따귀를 맞으며 혼이 나가다보니 하산 포인트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가파른 왼쪽으로 걸어 내려와 혼쭐이 난 사람으로 증언할 수 있다. 제발 제발 하산하기 직전에 잠시 쉬시고, 정신 차리신 뒤에 오른쪽으로 하산하세요.
프랑스 길은 첫 날 일단 사람을 한 번 부러뜨린 다음 시작하는 재밌는 순례길이다. 잔뜩 설레임을 갖고 생장에 도착한 많고 많은 순례자들은 첫 날부터 피레네 산맥을 넘는 가장 큰 고난과 역경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첫날만 잘 넘기면 30일이건 33일이건 앞으로 남은 프랑스길 순례길은 다 쉽게 보일 정도니 여튼 첫날이 가장 힘들고, 가장 기억에 남고 역설적으로 가장 재밌는 날임은 확실하다.
5. 한국어로 된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일정에 대한 설명서
이건 바로 앞에 설명한 칼라 프린트와 이어지는 맥락인데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에 대해 각국의 언어로 풀어 설명을 해 둔거라 한번씩 읽어보기 좋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되어있기에 편한 언어로 받아가실 수 있다. 이미 칼라 프린트로 중요한 것들은 다 설명 들었을 뿐더러 이 내용은 조금 더 정확한 명칭들이 포함되어 있는 거니 참고용으로 여기시면 된다.
6. 생장 피에드 포르의 시설 지도
생장의 시설들을 담은 이 칼라 지도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원하는 식당이나 공중화장실, 버스타는 위치 등이 궁금하실 때 레퍼런스로 드리는데 필요하시면 요청해서 받으실 수 있다. 몇곳의 주요 식당들과 동키서비스, 숙소들이 나와있는데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는 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꼭 받아갈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생장은 아주 작고, 순례자 사무실이 있는 언덕 위에서 쭉 내려가면 끝나는 지라 크게 헤멜 이유가 없기에 순례자 사무소, 내 숙소 위치, 까르푸 위치만 구글맵에 잘 표시해 두면 된다고 본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주는 모든 정보지를 다 받아야 할까?
순례자 사무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발급 받는 순례자 여권 이외에 다른 정보지들을 모두 받아야할까? 꼭 그렇지많은 않다. 요즘은 환경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 정보들은 앱 등을 통해 이미 확보해두신 분들이 많기에 “굳이 안받아갈게요”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었다. 또는 그냥 바로 사진만 찍어 가시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혹시나 여러장의 종이가 불편하실 것 같으면 두고 가셔도 된다. 중요한 건 필요한 정보들을 잘 전해들으셨고, 기억하실 수 있다는 거 그리고 특히나 첫날 피레네산맥을 오르는 나폴레옹루트에 대한 안전팁 등을 잊지않고 잘 상기하시길 바랄뿐이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지들은 수십년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순례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을 추려 놓은거기에 분명 나눠주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적어도 한가지라도 여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만나실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은 모둔 순례자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니 편한 마음으로 순례길에 대해 가지고있던 궁금증들을 많이 해소하고 가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