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무직

한 달 만에 그만뒀어요

by 이태리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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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한인회사의 사무실을 그만두었다

오래 다니는 내 성격에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건 이슈이다

관심 있는 분야이고, 흥미로워서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가장 큰 부분은 한국에서의 삶과 다를 게 없었다

나만의 가치관이 있기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실수하지 않을까 늘 긴장한 채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퇴근 후 머릿속에 미해결 될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

쉬지 않고 일했는데 퇴근시간이 넘어가는 날이 잦다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 후, 남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 모습이 한국에서는 부적응자로 비쳤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국 생활과 똑같았다, 이러려고 여기 온 거 아닌데..



이전의 경험치가 있어서일까, 가치관이 생겨서일까

나와 적합한지 판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퇴사가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째는 쉽네 하하

아싸! 또 다시 무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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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온 도심 속 공원,

이탈리아의 공원에서 한참이서 앉아있는 게 좋다

특유의 여유로운 감성이 나까지 힐링하게 만든다

돗자리 깔고 도시락 먹고, 하늘 보며 나란히 누워있고

강아지랑 아기들이랑 잔디 밭이랑 어우러지고



이 날은 날씨가 푸근했는데

탑나시 입고 선오일 바르며 햇빛에 노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는 돗자리를 깔았는데 그늘이 져서 일부러 햇빛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자외선을 대하는 관점이 우리랑 다르구나 싶었다



유럽은 이렇게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게 참 보기 좋다

그림 그리고, 책을 읽고, 낮잠도 자고, 각자 할 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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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평일에 나빌리오 운하에 다녀왔다

백수의 장점은 관광지를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

베네치아 골목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



스프리츠를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었고

다들 대낮부터 아페롤을 한잔씩 즐긴다

이야기 도란도란하면서 앉은자리에서 딱 1~2잔 정도만

취하려고 마시는 분위기기 아니다, 대화에 곁들이는 느낌



겨우 찾은 카페 하나, 젤라또와 커피를 고민하다가

야외 테이블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날씨를 누린다

'이렇게 마시는게 진짜 커피이구나'

내일은 뭐 하고, 모레는 뭘 할까나

다시 구직을 해봐야겠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분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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