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다국적을 겸비한
요즘 관광지 한켠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비빔밥, 불고기, 잡채이다
이탈리아에 정착한 지 30년 된 한국인 부부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식단의 신념과 부부의 전공인 예술이 결합하여 작품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작은 인테리어 하나하나 어느 것 하나 세심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옹기와 토속적인 소품에 정교함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며 정겨움이 든다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는 음식을 보며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예술로 표현될 수 있구나, 그동안 왜 배 불리는 수단으로만 받아들였지?'
매일 먹는 식사를 스스로를 위해, 건강하고 예쁘게 대접해 주면 삶이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부부사장님은 늘 친 이모와 이모부처럼 직원들을 잘 챙겨주셔서 지지하고 있다
타국에서 무조건적으로 나의 편 그리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나는 주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아주 기초부터 칼 쥐는 것부터 배웠다. 밥솥의 밥을 잘 뒤집는 방법까지
늘 힘을 주고 다녔던 탓인지, 몇 년째 걸리지 않던 감기몸살에도 걸렸었다
아직도 삐약이 요리사 수준이라 종종 나오는 실수에 주눅이 들고는 한다
주문이 밀렸는데 무심한 김밥은 자꾸 등이 터지고, 비빔밥에 양념을 빠뜨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요리에 새로운 관점과 시각에 흥미로운 마음가짐으로 다니고 있다
[ 한식당에 다니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
1. 대부분 현지인이 온다
한식이 그리운 한국인만 올 줄 알았다. 대체로 90%는 현지인이다.
이탈리아 음식과 달리, 다양한 야채를 활용한 건강한 음식을 즐기기 위해
또는 가끔 한국을 좋아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2. 채식주의자 정말 많다
주방에 들어오는 주문서를 보면 20~30%는 채식을 한다
가끔 채식모임을 하는지, 같은 테이블의 모두가 채식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 베지테리언(Vegetarian) - 육류 또는 생선 미섭취
* 비건(Vegan) - 동물성 식품인 유제품, 계란 등까지 미섭취
3. 한국은 채식의 천국이다
한국은 참기름, 간장, 고추장, 두부 등 육류 없이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가 많다
가지각색의 제철 나물과 신선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서양인들이 사찰음식에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4. 우리와 선호하는 식감이 다르다
쌈, 커다란 김밥처럼 한 번에 입에 넣는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듯하다
묵, 쫄면처럼 탱글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냉면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5. 메뉴 질문과 주문이 구체적이다 (알레르기 외)
식단을 위해 재료에 밀이 들어가는지, 음식의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잡곡밥 대신 흰쌀밥(글루텐프리)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선호하지 않는 야채를 제외하는 등 본인의 구매 권리에 주체적이다
대부분의 직원은 한국인이다. 그리고 일본인, 호주인, 이탈리아인이 있다
직원들의 식사는 일본인 주방장님이 담당하신다
맨날 한식을 먹을 줄 알았는데, 일본식의 파스타와 리조또 중 무언가가 나온다
이분은 산업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같은 요리를 하더라도 창의적으로 꾸미신다
음식에 적용하는 디자인이라니, 장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호주인은 나와 같은 워킹 홀리데이 중이다
친언니가 한국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찾아와서 구직활동을 해서 함께 했다고 한다. 세심하고 밝은 기운이 있다
이탈리아인은 한국인 여자친구가 여기 단골인데 공고를 보고 권유해줬다고 한다
아주 가끔씩 어색한 한국말을 하는데, 귀를 잘 기울여야 들을 수 있다. 웃기다
여기 식당에서 만난 한국 직원들은 대체로 예체능 계열이다
과거에 여행사, 항해사, 헬스 트레이너였던 사람도 있고
이탈리아에 와서 패션, 디자인, 성악, 영상을 전공 중인 사람도 있다
가지각색의 개성 있는 사람이 하나의 주제로 한 자리에 모였다
과거와 만나는 사람들이 바뀌었다, 인생 어디서 뭐 하고 있을지 모르는 법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리하면서 장점 중 하나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 감정노동이 없다
주방 열기에 몸은 고되지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면 머릿속은 깨끗하다
그날 기분에 따라 나들이 가기도 하고, 매일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여기서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이 인생에 새로운 영감을 줄 것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