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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가을 야구 첫 승이라는 사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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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민들의 한화 야구에 대한 감성은 충분히 내 일기장의 한 쪽을 할애할 만큼 신기하거나 흥미로운 것이다, 오늘 저녁 대충 일들을 정리하고 혼자서 밥을 먹으러 나갔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신경이 야구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화는 이미 2연패를 했던 참이었다, 그것도 홈에서 두 번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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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세우지 않지만 애타게, 체념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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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법을 더하자면, 국어 사전에 한화 야구를 보는 대전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개별적인 술어가 추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주 가는 가게의 사장님은 '솔직히 3연패 내리 질 줄 알았는데, 이기고 있네'라고 머쓱한 말투로 혼잣말하듯 둘러댔다, 2회 1:0 상황이었다, 고작 2회 1:0이었단 말이지, 야구에 대해 무슨 얘기든 하고 싶다는 제스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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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이놈의 한화 야구, 솔직히 포스트시즌 간 것이 대단하지, 3연패로 져도 싸다, 어차피 큰 기대도 안 했어, 나는 3연패 할 줄 알았어, 라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2회 1:0에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으며, 그야말로 '내심' 무언가 상상해보는 그 짧은 순간의 뉘앙스에 대해, 저것은 야구 2회를 보는 몇십 분의 감정이 아니라 십 수 년을 쌓여 온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그랬다, 이미 2패 했다, 오늘 지면 끝이다, 하지만 어차피 질 것이니까 덮어두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곤두세우지 않지만 애타게, 체념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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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사장님이 밝은 얼굴로 계산만 하고 있었다, 속으로, 대전 사람 아니시네, 하고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담배를 피우며 핸드폰을 보고 계셨다, 물론 야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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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핸드폰 배터리가 5%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타고 맥락도 주어도 없이 물었다, '몇 대 몇이예요?', 물론 택시 기사님도 '야구요?' 같은 반문 같은 것은 하지 않고, '3:3이요' 하고 짧게 한 숨을 쉬었다, 중계를 들으며 한숨 혹은 탄성이 간간히 흘러나왔다, 때론 어떤 희망은 패배보다 쓴 맛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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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화는 이겼다, 어떻게 이겼냐면, 8회까지 3:3 동점이다가, 9회에 한점을 내고 4:3으로 이겼다, 이런 드라마도 이젠 한화팬에겐 식상한 플롯이지만, 막장 드라마는 다시 봐도 막장 드라마이고 계속 보게 되는 것이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 구체적으로 그 9회 직전까지 동점이었던 시간 동안 대전 시민들이 느꼈을 감정을 표현하는 별도의 서술어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 번 더 생각했다, 열렬히 관전하지 않아도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하여 승리의 순간, 마치 월드컵에서 골이라도 넣은 것처럼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고 열광했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일상 속에 있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환호한 사람이 어딘가는 다들 있었겠지, 오히려 편의점에 나갔다가 야구가 끝난 후에 내가 관찰한 감정은, 격한 흥분이나 환호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약간 감탄사 같은 욕, 와 이걸 이기네, 하면서 애증과 안도가 담긴 약간은 험한 말을 뱉어내고,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은 감정이 떠오르는 것, 그런 모습이었다, 다들 속으로 싱글벙글하고 있었겠지, 1승이라도 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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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전의 삶을 정리하고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어쩌면 이미 일부분 떠나고 있지만, 나에게 대전은 구도심에 가서 칼국수를 먹든 돈까스를 먹든 TV나 라디오에선 한화 중계가 나오던 도시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어떤 축구선수 출신 해설위원이 이런 말을 했었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걸 좋아한다고 말이다, 대전 사람들도 물론 이기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팬들은, 이기지 않아도 야구가 좋고 팀이 좋을 수 있다는 태도를 온 몸으로 인생으로 가르쳐 준다, 여유의 도시 대전, 서울 촌놈들은 모르는 감성이 있지, 엣헴, 고속철로 서울과 한 시간 거리인데 다른 세상처럼 얘기하는 것도 조금 웃긴 일이지만, 정말 이곳에는 모종의 각박함에 대비되는 어떤 느슨함이 있다, 그것은 좋게는 여유이고 한 편으로는 무료함일 수도 있겠으나, 됐슈 뭐 어뗘, 에 담긴 미묘한 관대함에는 오래 익은 관계와 감정의 냄새가 난다, 4천 몇 일 만의 가을 아구 1승이라고 한다, 한화 이글스의 포스트시즌 1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