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을 알고 나니 그 전까지는 모호한 느낌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딸. 우리 딸. 이렇게. 고작 몇 백 그람이라더니 이제 나와 동일한 단위의 kg가 되어서 배가 묵직해지는 현실감으로도 다가온다.
양말은 원래 안 신으니 괜찮은데 발톱 깎기가 힘들다. 그 정도로 배가 나왔다. 한달 안에 더 산같이 불러 온다는데 두렵다. 지금도 허리가 아픈데. 요즘은 내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건지, 배로 밀면서 앞을 나가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정말 배가 내 몸을 움직이는 것 같다.
나 아직 엄청 뚱보같아 보이진 않지? 라는 말을 오빠 얼굴을 볼 때마다 묻는 것 같다. 언제나 최선의 대답을 하는 오빠도 점점 영혼이 없어지는 것 같다.
저번 주말에 만난 아빠도 별 생각 없이 살이 좀 쪘네? 하고 말했다가 나의 도돌이표 물음에 시달려야 했다. 아빠는 원래 임산부가 그런거야 다 그래 당연한거야 등의 대답을 하다가 마지막엔 못내 뭐 아직은 이라고 말했으나 나를 쳐다보진 않았다.
어찌됐든 아이는 제 주차에 맞게 딱 알맞은 크기로 잘 자리잡아 있다고 한다. 난소에 혹이 두 개나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줄어든 모양이다. 초음파에 잡히지 않는다.
엄청 쿵쿵대면서 말을 거는 일도 잦아졌다.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할 지 몰라서 그때마다 쓰다듬고 마는데, 내 마음을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 쑥쓰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