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두 줄'을 확인했을 때는, 눈 앞이 파래졌다. 믿고 싶지 않았다. "당장 새 것을 사오라"며 남편을 들볶고, "내일 아침 다시 해보겠어"라고 부르르 떨었다. 다시 그 선명한 두 줄을 목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밝았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임신'이 되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아이 갖는 게 무섭다" "감당할 자신 없다"며 남편을 붙잡고 울던 나였다. 그렇게 1년 간의 유예를 가진 뒤, 올 초에는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생각이 많았다.
입덧은 9주째 계속되고 있다. 입덧은 그런 거다. 눈이 충혈되고 콧물이 나올 만큼 정신 없이 토하는 상태, 먹는 게 즐겁지 않은 상태, 새롭고 좋은 것을 봐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상태. 가끔은 생각이 극단까지 이르고 우울하다는 감정이 가시지 않는 상태.
이런 와중에 한달 전 11년을 키운 개 '하루'를 잃었다. 오로지 나만 사랑해준 존재는 어쩌면 하루 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힘든 몸을 일으켜 나에게 걸어 나오려고 했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혹시 다칠까봐 하는 마음에, 꺼내서 안아주지 못했다.
엄마는 하루가 아이를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이라 말했다. 그러자 아이에 대한 의지가 처음으로 생겼다. 태명을 '해랑'으로 지었다. 하루와 이니셜이 같다,고 남편은 이야기했다. '이 아이는 잘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컨트롤 안되는 감정을 이기고 있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돌려 보는 드라마에서 자식이 전부가 된 주인공을 본다. 막막해진다. 나도 그렇게 될테니까.